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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반도체 지원 ‘골든타임’ 놓칠건가

■진동영 산업부 기자





“정부 방침은 정말 고맙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문제는 국회인데….”

이달 3일 정부가 대기업의 세액공제율 폭을 15%로 높이는 국가전략기술 세제 지원 강화책을 내놓은 후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말만이 아닌 진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을 흐렸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거대한 야당 때문에 국회 협조를 기대하기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건 정부의 조력을 기대했던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지난해 말 세웠던 세제 지원안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위해 필수적인 입법 과정 문턱을 넘을 해법이 마땅치 않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액공제율 상향을 ‘재벌 특혜’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어림도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한국을 먹여살렸던 반도체 산업은 반등의 ‘골든타임’을 계속 흘려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분의 1토막이 났고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한파 속 정부 지원책마저 확정되지 않으면 결국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쟁국들이 위기에 대한 인식을 기업과 공유하며 지원을 서두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한국 정부의 세제 지원 강화안이 나온 지 나흘 만인 7일 대만 입법원(의회)은 ‘대만판 반도체법’으로 불리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이다.

기업들이 전등불까지 끄면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업 자체 역량에만 기댈 수는 없다. 과거 국내 산업계의 성장사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산업 주도권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국가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야당의 전폭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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