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LG전자(066570) 세탁기 공장. 축구장 9개 크기(연면적 약 2만 8000평)의 초대형 세탁기 생산 라인에 울려 퍼지는 ‘윙’ 소리는 바로 옆 사람 목소리도 알아듣기 힘들게 했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장 생산 라인은 각종 생산 장비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철판에 울퉁불퉁한 패턴을 새겨 원통 모양으로 구부리는 기계, 화학물질을 딱딱하게 굳혀 세탁기용 플라스틱 통(터브)을 만드는 라인, 각종 부품을 조립해 세탁기로 완성하는 공간에는 공정을 기다리고 있는 소재들로 가득했다. 하루 생산량인 7000여 대의 플라스틱 통을 쌓아둔 창고 풍경은 취재진을 압도했다.
그런데 이 공장에는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분주한 공장 분위기 속에서도 직원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부품 생산부터 포장까지 ‘원스톱’ 제조가 가능한 2만 8000여 평 규모 공장에 근무하는 총 직원 수는 단 900여 명. 전체 공정의 63%를 사람이 아닌 기계와 시스템이 도맡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 공장에는 물건을 운반하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이었다. 이 역할은 공장 안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무인운반로봇(AGV)이 한다. 일반 남성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직사각형 모양의 AGV가 최대 600㎏의 짐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사람이 하루 평균 6000번 실어 나르는 무게와 맞먹는다. 이 로봇들은 공장 바닥에 붙어 있는 약 3만 개의 신속대응(QR)코드와 노란색 라인을 인지하고 공장을 누빈다. 공장에는 총 166대의 AGV가 움직이고 이들은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AGV가 할 수 없는 층간 부품 운송은 대형 컨베이어 벨트가 담당한다.
제조 기기 안에서도 무인화가 구현되고 있었다. 세탁통 제조의 경우 40m 길이 라인에서 30명이 투입돼 진행하던 작업을 이제는 다관절 로봇 등 기계가 수행한다. 세탁기 속 다이렉트 드라이브 서브 모터(DD 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이나 용접 등 위험한 작업은 모두 로봇의 몫이다. 라인마다 달린 카메라와 불량 검사 시스템도 중요한 포인트다. 카메라가 제품을 실시간 촬영하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양품은 ‘OK’, 이상이 있는 제품은 ‘노 굿(NG)’으로 구분했다.
금형 생산 라인 검사 시스템을 개발한 박형남 LG전자 책임은 “금형 기기 안에 압력·온도 측정 센서를 탑재해 빅데이터 기술로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며 “공정 가동 유무만 판별했던 시스템이 이제는 불량 발생률과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네시 가전 공장의 불량률은 1% 정도다. 앞으로 5세대(G) 통신 등 각종 최신 기술을 도입해 올해 말까지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불량률은 더 낮추는 게 목표다.
LG전자가 약 4년간 공들인 테네시 공장 자동화는 회사의 큰 자랑거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창원 LG스마트파크와 함께 테네시 공장을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과 로봇으로 제조 혁신을 일군 생산 공장에 부여하는 타이틀이다. 테네시 공장의 등대공장 선정은 미국 내 생활 가전 공장 중에서 처음이고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공장 중에서는 최초로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값지다. 미 시장조사 업체인 ACSI가 생활 가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자동화에 힘입어 생산능력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연간 120만 대의 LG전자 최신 드럼·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해왔던 이 공장은 지난해 9월부터 연간 60만 대 규모 건조기 제조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안에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라인까지 설치한다. 현재 LG전자는 테네시 공장 부지 전체 면적의 10분의 1가량만 활용하고 있다. 향후 회사는 이 공장의 자동화와 생산능력 확대, 효율성을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 수장인 류재철 사장은 “테네시 공장 자동화를 적극 추진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면서 지역 내 고용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고도화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해 최대 가전 시장인 북미에서 세탁·건조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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