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 인수·합병(M&A) 거래가 잇달아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있지만 신사업 진출과 사업 확장을 겨냥한 5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M&A는 활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 시그널이 15일 집계한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수 지분 및 경영권 인수를 완료한 거래는 총 100건으로 이중 26건이 경영권 거래였다. 특히 경영권 거래는 70%에 가까운 18건이 5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M&A 딜로 이뤄졌다.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소맥분 제조 회사 대한제분(001130)은 작년 10월 신사업 진출을 위해 유럽 식자재 수입·유통 업체 쉐프스푸드의 지분 100%를 570억 원에 인수했다. 대한제분은 M&A를 통해 수익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투자 확대 배경에는 탄탄한 현금 동원력이 있다. 대한제분의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1269억 원에 이른다. 대한제분은 2021년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건기식 전문 기업 헬스밸런스 지분 100%(600억 원)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인수하기도 했다.
중견 IT기업인 아이티센(124500)그룹은 지난해 12월 LG(003550)히다찌(현 클로센) 지분 100%를 160억 원에 인수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LG히다찌는 1986년 LG(49%)와 일본 히다찌(51%)의 합작사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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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센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 M&A를 이어왔다. 2018년 네트워크 시스템 기업 콤텍시스템(031820)과 한국 금거래소를 인수했고, 2020년 쌍용정보통신(010280) 경영권을 확보했다. LG히다찌 인수 역시 일본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기업도 중소형 M&A는 지속하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계열의 복지 사업 플랫폼 현대이지웰은 지난해 11월 모바일 식권 사업을 위해 시장 1위 업체인 벤디스 지분 88.8%를 371억 원에 인수했다. 카카오(035720)의 일본 웹툰 플랫폼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도 콘텐츠 번역 전문 스타트업인 보이스루 지분 72%를 211억 원에 사들였다.
올 해 M&A 시장의 포문을 연 것도 오케스트라PE의 KFC코리아 인수(600억 원)로 매물로 나와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와 맥도날드코리아의 매각이 장기화하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계속 새 주인을 찾아온 버거킹은 매각 희망가격이 1조원에 이르면서 인수하려는 곳이 없자 매각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자 조(兆) 단위 매물에 대해선 투자 검토조차 줄었다" 면서 "최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 매물도 많아 기업들이 보유 현금만으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중소형 M&A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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