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양국 관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통상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대외 리스크 속에서 시장 다변화·공급망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2023년 미국·중국 대전망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을 둘러싼 미·중 등 주요국의 경제와 국제질서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한국 경제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탈중국 압박 등 대외 리스크가 ‘뉴노멀’이 된 지금은 한국 기업이 전진하느냐 추락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 긴밀한 중국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말 발표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을 비롯한 정부의 통상전략의 수립과 시행에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발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중국의 갈등으로 대외 리스크가 커진 만큼 우리 기업들이 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전략에 대해 “미중 힘겨루기와 세계경제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인도, 동남아시아,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의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중국을 탈피한 공급망 구축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올해 경제전략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5%로 전망되면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한 가운데 바이든 식 중국 견제와 경제안보 조치에 더욱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방어를 위해 미국 내 외국인투자심사 강화에 ‘공급망 상의 위험성’을 새로운 심사기준에 추가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제3국 기업도 중국과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M&A에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여기에 중국 전략산업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아웃바운드 투자심사(특정국에 대한 이전 투자 내역을 공개·심사받는 제도)를 강화하고 이를 제3국까지 포괄 적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원장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동참을 요청할 대(對)중국 ‘투자 스크리닝’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추가 투자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의 신규 진출도 불가능하게 되어 간다”며 “미국 주도의 기술 보호주의에 대해 호주, 캐나다, 일본,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협력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들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단행 속 중국 정부가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을 1분기 내 얼마나 안정시킬지가 올해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올해 위드 코로나 전환 후 1분기 내로 경제회복이 된다면 중국이 원하는 성장률의 마지노선인 5%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진핑 집권을 위해 그동안 정치 이슈가 경제 이슈를 앞서 왔지만 앞으로는 경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이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미중 갈등 활용, 공동부유(다 같이 부유해지자는 중국식 국정기조) 강조, 대만 통일 이슈화, 빅테크 기업 규제, 국가안보 기조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 경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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