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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대금 내놔라"…보고플레이 '제2 머지' 우려

"자구노력" 불구 입점사 "못믿겠다"

'산만큼 페이백' 내세워 덩치 확대

'돌려막기식' 영업에 부채 526억

가입비 낸 소비자들도 피해 속출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최근 재무 악화와 관련한 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입점사 관계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백주원기자




“법인 통장 오픈해.” “내 돈 물어내.”

19일 오전 서울 역삼동 포스코타워 이벤트홀. 단상 위에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의 류승태 대표가 올라서자 240석 규모의 공간은 순식간에 원망 섞인 고성과 질타로 가득 찼다. 류 대표의 긴급 설명회가 예정된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 이미 만석이었고 밖에는 주차를 기다리는 차들이 건물을 감쌌다. 류 대표는 누적 부채가 500억 원을 넘어서며 입점사 300여 곳에 정산 대금을 연체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쌓아 놓은 현금성 적립금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하자 이날 입점사 관계자들을 모아 회사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보고플레이는 2018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씨랩(C-Lab)’으로 시작해 2019년 10월 법인을 설립한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이다. 최저가와 ‘산 금액만큼 포인트를 돌려준다’는 페이백을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 급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회원 수는 100만 명, 거래액은 23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애초 ‘산만큼 돌려주는’ 공짜 마케팅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웠다. 사업 초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매달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거래액을 늘렸다. 100% 페이백을 비롯해 포인트와 할인 쿠폰을 남발하며 ‘돌려막기식’으로 운영을 이어온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펼치며 비용과 수입을 크게 늘렸지만 11월에 접어들며 무리한 할인과 출혈 마케팅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고플레이의 부채는 10월 말 기준 435억 원에서 12월 말 기준 526억 원으로 불어났다. 보고플레이가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프로모션 비용으로만 매달 170억 원이 들어갔다. 류 대표는 “11월 매출이 줄어들며 위기 신호가 있었지만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며 “플랫폼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출에만 집중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사과했다.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채권단 간담회에서 지난해 현금 흐름 및 주요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장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입점사 관계자들이 계단 등에 자리를 잡으며 출입조차 어려울 정도로 꽉 차 있었다./백주원기자




2년 전 터진 ‘머지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건으로 업체들은 적게는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현재 보고플레이가 입점 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물품 판매 대금은 336억 원이다.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615곳) 중 미정산 대금이 ‘5000만 원~1억 원’인 업체가 137곳으로 가장 많다. 1억 원 이상 못 받은 업체는 77곳, 10억 원 이상인 업체는 3곳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 보고플레이 회원들이 쌓아 둔 현금성 적립금 규모는 약 12억 원이다. 전날 회사의 재무 악화 소식이 전해지자 ‘포인트를 빨리 소진해야 한다’며 고객들이 급하게 제품 주문에 나섰지만 정산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주문 취소’에 나섰고 현재는 보고플레이가 적립금 사용 결제를 막아둔 상태다. 지난해 론칭한 수십 만 원짜리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가입비) 할부금만 내고 포인트나 추가 혜택은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보고플레이는 회생절차는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고 판매 수수료 인상, 인원 감축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한 분이라도 가압류 신청을 하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고 정상적인 부채 탕감이 어렵다”며 연신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입점사 대표들은 “못 믿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보고플레이는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파산이나 회생절차 대신 투자 자금 유치, 인수합병(M&A) 등 최대한 자력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입점 업체들이 △재입점 △이자 미지급 △가압류 금지 등에 협조하겠다는 동의서가 80% 이상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입점 업체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입점사 관계자 A 씨는 “보고플레이에 정산받지 못한 대금이 10억 원 수준인데 매달 내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동의안 내용 자체가 사실상 협박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대표는 “외부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인데 도와달라”며 “회생절차 없이 부채를 탕감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플레이는 지난해 5월 포스코기술투자·IBK기업은행·SK증권 등으로부터 11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현재까지 1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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