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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무인기 사건, 남북 모두 정전위반"…韓 자위권에 '족쇄'

26일 정전위 특별조사 결과 발표

北 영공 침범에 南 맞대응 한 것인데

유엔사 '남북 양측 침범' 규정해 논란

위반 판단 근거에 대해선 언급 전무

남측에만 '정전 준수 협력할 것' 명시

유엔헌장 '자위권=주권' 인정하는데

전문가 "유엔사, 너무 소극적 해석"지적

지난 2017년 6월 우리 영공을 침범한 뒤 강원도 인제지역에 추락했던 무인기를 당시 우리측 국방부 브리핑에 전시한 모습. 북한이 지난 2022년 12월 25일 남침시킨 무인기들도 2017년의 무인기 등과 비슷한 형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유엔군 사령부가 지난달 하순 북한의 무인기 남침 도발 및 이에 맞서 북측으로 아군 무인기를 보낸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모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대한민국이 위반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조차 없었다. 이로써 우리 영토를 침범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자위권 발동에 유엔사가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북한이 우리 영토에 무력 도발을 해도 아군이 도발 원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된다. 전쟁 발발을 예방해야 하는 유엔사가 오히려 북한의 대남 무력공격에 대한 문턱을 낮출 우려가 있는 입장을 낸 셈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해 12월 26일 발생했던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해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유엔사는 해당 사태에 대해 “남북 양측에서 발생한 영공 침범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사태에 대한 정의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자위권 발동이 아니라 쌍방 침공 사안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유엔사는 “특별조사반은 다수의 북한군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행위가 북한군 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조사반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북 무인기에 대한 한국군의 무력화 시도는 정전교전규칙에 따른 것이며 정전협정과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유엔사가 언급한 ‘한국군의 무력화 시도’는 남침한 무인기들을 우리 군이 격추하기 위해 우리 군이 추격해 헬기 기총 사격 등을 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 영토 내에서의 자위권 행사는 인정한 대목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남침했던 북한 무인기들의 경로. 1번과 2번은 각각 무인기들이 침투한 항적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제공=합참


◆유엔사, 이유 명시도 없이 ‘협정 위반' 발표만

다만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맞대응 차원에서 아군 유·무인 정찰기를 북측에 보낸 것에 대해선 유엔사는 어깃장을 놓았다. 이날 발표문을 통해 “(특별조사반은) 한국군 무인기가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측 영공에 진입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는 긴장을 미연에 방지하여 우발적 혹은 고의적 사건의 발생 위험을 완화하고 한반도에서 적대행위의 중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 규정의 준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의 파트너 기관들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를 위해 북측과 협의하거나 협력하겠다는 언급은 전무했다.

이 같은 유엔사의 발표는 북한 도발에 맞서 합법적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우리 정부와 군의 입장과 상충된다. 국제사회는 타국에 의한 무력공격을 받은 국가가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을 침해할 수 없는 주권 국가 고유의 권리로 인정해왔다. 유엔헌장도 회원국이 무력공격을 받을 때 ‘필요성’, ‘비례성’, ‘즉각성’의 요건 하에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 군의 이번 무인기 맞대응은 당시 우리측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북측 무인기가 남침해 군사적 대응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차원에서 ‘필요성’요건에 부합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였다. 또한 북한 무인기가 사태 당일 오후까지 대한민국 상공을 휘저은 상황에서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곧바로 당일 오후 아군 무인기를 보냈다는 점에서 ‘즉각성’에서도 부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이 장관은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에 대응해 아군 무인기로 북측에 대응한 것이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서 쟁점으로 추정되는 자위권 요건부분은 비례성이다. 북한이 남침시킨 무인기의 수준에 숫적, 질적으로 비례한 수준의 무인기로 대응했는지 여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 등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은 “비례성이라는 게 단순히 북한이 (무인기를) 1대 보내면 우리도 1대 보내라는 단순히 기계적인 원칙이 아니다”며 “적의 공격을 막고 추가 확전을 억제할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면 비례성을 인정받는 게 국제법 학계의 추세인데 유엔사가 이 부분에서 이번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양평군 가납리 일대에서 실시한 북한 소형 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에서 국군 대공장비가 운용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합참


◆韓, 대북 무인기 운용 의지 재확인

유엔사의 조사결과 발표 직후 우리측 국방부는 “유엔사는 특별조사를 통해 북한의 무인기 침입이 정전협정 위반임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기자단에 알렸다. 이어서 “반면, 우리 군의 대응은 정전교전규칙과 정전협정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무인기를 운용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확인했다"며 “이는 유엔사가 본연의 임무인 정전협정의 관리 측면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입장표명은 정전 상태를 유지하고, 군사분쟁 시에도 확전을 막아야 하는 유엔사의 기본적인 입장을 우리 정부가 이해한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역 및 예비역 군 관계자들은 이번 유엔사의 입장에 대해 분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전직 장성은 “과거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했을 때 우리 군이 자위권 차원의 대북 대응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국측에 묻자 당시 미 당국은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위권이므로 우리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었다”며 “지금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 뿐 아니리 유엔군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는데 이번 유엔사의 조사결과는 연평도 때의 자위권 해석과는 비교하면 너무 협소하고 상반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유엔사의 이번 조사결과 발표를 이해하면서도 자위권은 적극 실행하려는 분위기다. 국방부 이날 유엔사의 결론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 군이 MDL 이북으로 무인기를 운용한 것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정전협정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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