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도착하던 마을버스가 30분이 넘도록 오지를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지각했습니다.”(서울 관악구 거주 박 모 씨)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새벽부터 도로에 눈이 내려 쌓이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얼어붙은 도로에 차들이 멈춰선 채 경적만 연신 울려댔고 방한 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미끄러운 도로 위로 종종걸음을 했다. 새벽 일찍 가게로 나와 제설 작업에 나선 자영업자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 모(51) 씨는 “가게 입구 바닥이 얼어 있어 하마터면 출근하자마자 넘어질 뻔했다”며 “오가는 손님들이 다치지 않도록 수시로 눈을 치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설로 인한 교통대란을 우려해 시민들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지만 버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탓에 지각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으로 출근하던 김 모(31) 씨는 “폭설 소식을 듣고 30분 일찍 출발했지만 출근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회사 팀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출근한다는 박 모(43) 씨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앞서 가던 사람이 바닥에 넘어져 다치는 것을 목격했다”며 “오늘 같은 날은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더 걸린다”고 밝혔다.
많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몰리면서 혼잡한 상황도 연출됐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유 모(28) 씨는 “탑승객이 과도하게 몰려 지하철 문이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했다”며 “지하철의 정시성도 오늘 같은 날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26) 씨는 “최근 들어 최악의 출근길”이라며 “승객들이 서로 밀고 밀리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적설량은 태안 9.9㎝, 평창 8.5㎝ 인천 6.9㎝, 용인 5.5㎝, 수원 5.2㎝, 서울 3.5㎝ 등이다. 남부지방은 이날 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2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소 누그러졌던 한파는 다시 찾아온다. 27일 전국 최저기온은 ?15~1도로 춥겠고, 28일은 ?19~4도까지 기온이 뚝 떨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눈이 얼면서 빙판길과 살얼음이 생겨나 도로가 미끄럽다”며 “도보와 교통안전에 주의해달라”고 밝혔다.
강추위가 이어지며 전국 곳곳에서 계량기와 수도관이 동파되는 등 피해도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계량기 동파 피해가 524건 발생했다. 국립공원 3곳의 110개 탐방로가 통제 중이며 항공기는 출발편 기준 제주공항 3편, 군산공항 1편, 원주공항 1편 등 총 5편이 결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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