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한 맛이 일품인 고들빼기는 이제 중년 이상만 아는 잊히는 음식이 되고 있습니다. 고들빼기의 맛과 홍삼에 버금가는 효능을 해외에도 알려 대표적인 K푸드로 거듭나도록 연구하겠습니다.”
지방 소멸 시대에 로컬푸드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성공 스토리를 쓴 유성진(사진)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들빼기에는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등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대표는 특히 전통적인 고들빼기김치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쉽게 즐겨 먹을 수 있도록 고들빼기 피클, 차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미 방송에서도 수차례 소개됐을 만큼 순천고들빼기영농의 고들빼기김치는 ‘로컬 스타 푸드’다. 이뿐 아니라 염증 완화 등에 효능이 있어 피부에도 좋은 고들빼기 추출물을 활용한 화장품도 개발했다. 그는 “최근 저희 고들빼기 추출물 화장품이 독일 더마테스트 인증에서 ‘엑설런트’ 등급을 획득하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냈다”며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세럼과 미스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순천고들빼기영농은 고들빼기 테마 마을을 조성해 농가의 새로운 경제 모델로 주목받아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신지식영농인에 선정됐다. 고들빼기영농이 위치한 전남 순천시 별량면 개랭이마을은 국내 고들빼기 생산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고들빼기의 성지’라고 불린다. 지방 소멸 등으로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지만 흔들림 없는 연구와 개발 끝에 매출도 급성장했다. 초기 연 매출은 1000만 원 정도였지만 매해 급성장해 지난해에는 7억 원을 기록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오토캠핑장도 조성해 순천 개랭이권역(고들빼기 마을)을 관광 명소로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 대표는 귀농의 성공 모델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실직하면서 귀농을 선택했다. 고향 근처인 별량면 사무소에서 면사(면의 역사)를 살펴보다 고들빼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효능에 호기심과 흥미가 생겨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 의심도 많이 받았다”며 “부지 매입에 애먹는 것을 알고 목사님과 이장님들이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시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농법인을 만들고 고들빼기 테마 마을인 개랭이권역을 조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2년 만에 땅값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순천고들빼기영농조합은 본격적인 엔데믹을 맞아 올해는 국내외에 고들빼기를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4월 1일부터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유 대표는 “여전히 작은 규모의 회사이다 보니 제품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면서 “8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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