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해 선물·옵션(파생상품 거래) 시간을 대폭 늘린다. 증시 개장 시각보다 15분 앞당긴 오전 8시 45분에 개장하고 밤새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 미국·유럽과 마찬가지로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글로벌 이벤트의 변동 위험에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1일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손 이사장은 올해 거래소의 목표로 △프리미엄 시장 △역동적인 시장 △신뢰 받는 시장 △효율적인 시장이라는 4대 미션을 제시했다.
우선 거래소는 파생상품 시장의 개장 시각을 현재 현물시장과 함께 여는 오전 9시에서 15분 이른 오전 8시 45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해외 주식시장이 대부분 개장 전에 파생상품 거래를 시작해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만큼 거래소 역시 파생상품 시장 거래 시간 확대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더해 파생상품 시장에 자체 야간 시장 개설도 추진한다. 야간 시간대 글로벌 이벤트에 의한 변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효율적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현재 야간 선물은 유렉스(EUREX) 연계 거래만 가능해 투자 편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재 유렉스 연계 코스피 선물·옵션 거래는 오후 6시~오전 6시까지 가능하다.
거래소는 장기적으로 선진 증시와 같이 파생상품 거래 시간을 사실상 24시간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미국은 23시간, 유럽은 약 21시간가량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소는 내년 말로 예정된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앞두고 통합 시장 관리 체계 구축 및 서비스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TS는 매매 체결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청산 결제 및 시장 감시 업무는 거래소 측이 맡게 된다. 따라서 통합 시장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증권형토큰(STO)의 거래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서 종합 유통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STO 중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다른 장내 유가증권과 마찬가지로 거래소가 매매 체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STO외에 다양한 디지털자산의 유통 인프라를 갖추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모색한다.
한편 거래소는 투자가 보호를 위해 기업공개(IPO) 공모주 상장일 주가 안정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상장 당일 가격 변동이 공모가의 63~260%로 제한돼 ‘따상’ 이후 사실상 매매가 중단돼 균형 가격 발견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가격 변동 범위를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ATS는 큰 관점에서 거래소의 동반자이지만 거래소의 경쟁 상대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며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 빠르고 편한 서비스를 좋은 가격에 제공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 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연내 폐지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ESG 흐름에 맞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거래소 자체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손 이사장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플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시장 참여자와의 상생 협력을 통해 자본시장의 ‘넥스트 노멀’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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