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환율과 국제유가, 중국 경제성장률 등 올해 국내외 경제 향방을 좌우할 각종 변수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두 경제 석학은 올해 중국 경제가 5%대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 공감하면서 환율과 유가가 점차 안정될 것이란 기대를 내놓았다.
이날 이 총재는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공동세미나에서 신 국장의 기조연설 이후 사회자로 나서서 약 15분 동안 대담 형식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총재는 별도의 환영사를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신 국장에게 기업인들의 사전 질문과 평소 궁금했던 사안을 물어봤다.
먼저 이 총재는 첫 번째 질문으로 환율 전망을 던졌다. 이에 신 국장은 “환율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급선무인 만큼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안정이 된다면 금융긴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면 달러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물가 예측치에 변동이 없는 한 추세적으로 볼 때 지난해 많이 오른 달러가 안정될 것이란 전제”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두 번째 질문은 중국 경제다. 이 총재는 ‘중국에 납품하는 수출 중소기업인데 미·중 갈등으로 새로운 납품업체를 찾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궁금하다. 중국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한 기업인의 사전 질의를 대신 던졌다.
신 국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거래 상대방의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중국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한국기업 입장에서 몇몇 전략적인 품목을 제외하면 미중 갈등이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총재도 “최근 중국 임금도 오르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도 생겼다”라며 “한은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 특혜를 누렸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 의존도를 바꿀 때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5.2%로 큰 폭 상향 조정한 것에 대해 동의하는지도 물었다. 신 국장은 “BIS는 IMF와 달라서 예측하진 않지만 저희도 견해가 비슷하다”라고 답변했다. 이 총재도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가 -2%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0%로 성장하면서 올해 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지난해 저점으로부터 기술적으로 반등하면서 얼마나 많은 회복 효과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질문은 미국과 유럽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다. 신 국장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에 큰 충격을 주고 경기 침체도 빠르게 일어나면서 한동안 암울한 상황이었다”라며 “최근엔 원자재 가격도 안정되고 달러화 가치도 안정되면서 유럽에서는 오히려 연착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BIS 회의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비관적이었다가 12월 이후 분위기가 바뀌는 느낌”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금융시장은 더 많이 반응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신 국장은 “항상 금융시장은 비관적일 땐 너무 비관적이고 다시 돌아서면 과잉 반응하는 현상이 항상 나타났다”라며 “중앙은행 임무라는 것이 시장 반응을 어느 정도 적절히 감안해서 실물경제에 맞게끔 금융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총재도 “내일(2일) 아침 FOMC 결과나 다음 주 유럽중앙은행(ECB) 결정 이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같은 견해를 유지할지 아니면 조정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네 번째 화두는 국제 유가로 옮겨졌다. 이 총재는 “한국은 석유 수입이 많기 때문에 유가도 중요하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경제가 너무 빨리 회복하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큰 폭은 아니더라도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신 국장은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 몇십 년 동안 많이 내려갔고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라며 “원유로부터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로 많이 넘어왔기 때문에 원유 자체의 충격이 있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은 신흥국 부채 문제다. 이 총재가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 금융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신 국장은 “흔히 가계 부채를 많이 걱정하는데 크게 걱정 안 했던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세계 각국의) 재정 지출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정부 부채가 많아진 상황에서 고금리에 어떻게 정부 지출과 재정을 운영하는가가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려면서 신 국장은 “앞으로 (정부 부채 문제가)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