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업황이 새해 들어 최악의 상태에 빠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업계에 힘을 싣는 현장 행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SK(034730)실트론과 경상북도·구미시 간 투자협약식 현장을 전격 방문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투자를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1일 SK실트론의 경북 구미 반도체 소재 사업장을 방문해 회사와 경북도·구미시 간 신공장 장비 투자협약식에 직접 참석하고 현장을 시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대폭 높이고 정책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1월 기획재정부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이 이 안에 협조하지 않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다시 한 번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을 두고는 “소재나 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더욱 힘을 써야 하고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쟁국들이 수출규제·보조금·세액공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에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미래 세대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전과 국가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은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날 투자협약은 지난해 3월 SK실트론이 발표한 1조 9000억 원 규모의 경북 구미 3공단 공장 신증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체결됐다. 지난해부터 짓기 시작한 새 공장에 실리콘 웨이퍼 생산 장비·설비를 대규모로 구축하겠다는 게 협약의 골자다. SK실트론은 이에 따라 2024~2026년 총 1조 236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현재 300㎜(12인치), 200㎜(8인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소재 국산화, 공급망 확보, 1000명 이상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협약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창이기도 한 최 회장은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훨씬 더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이어 “6년 전에는 SK실트론이 글로벌 웨이퍼 제조업체 5곳 중 5등이었지만 이번 투자가 끝나면 2등으로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SK그룹이 2020년 이후 경북도에 투자한 금액이 1조 4000억 원인데 앞으로 4년간 5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투자협약식 이후 SK실트론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시설을 시찰해 주요 공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외산 기술로 생산하던 반도체용 초순수(반도체 세척 등에 사용되는 물)를 국산화하기 위해 시운전 중인 연구개발(R&D) 실증 플랜트 실무자들에게 “기술 독립과 해외 수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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