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간 우리금융지주를 새롭게 이끌 적임자로 임종룡(사진) 전 금융위원장이 발탁된 데는 민관을 두루 경험한 금융 전문가라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상황이 장기화하고 국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민관 요직을 거치며 경제 전반으로 폭넓은 경험과 안목을 쌓은 금융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으로 선정한 임 후보자는 1959년 전남 보성 출생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이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과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등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 2010년 기재부 제1차관, 2011년에는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에 올랐다. 2013년 6월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이후 금융위원장까지 지냈다.
임추위는 이날 임 후보자 선정 배경과 관련해 “대내외 금융 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후보자가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임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조직 혁신과 기업 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고객·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차기 회장에게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가 쌓여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의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에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 제재와 과태료 76억 6000만 원을 확정했고 손태승 회장에게는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확정돼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송에 나서는 게 금융 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 임 후보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한 우려감 해소도 임 후보자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나머지 4대 금융지주처럼 보험사와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주요 과제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으로 올 11월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는 KB금융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현 정부 들어 NH농협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좌절됐으며 BNK금융지주 회장도 교체됐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해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정부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금융지주뿐 아니라 KT나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압박도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 후보자는 이달 정기 이사회와 다음 달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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