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년간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서 현지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반등을 노린다. 글로벌 판매 권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토종 전기차의 입지가 점차 넓어지는 중국에서 현대차(005380)의 승부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치로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0만 6000대를 제시했다. 내수와 북미 시장을 포함한 주요 권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는 13.4%, 북미 시장에서는 9.6%의 판매 증가를 예상했다.
중국 시장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수년간 역성장을 이어오며 지난해 현대차의 현지 점유율은 1%대에 그쳤다. 기아(000270)까지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2022년 판매량도 40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2016년만 해도 현대차는 중국에서 100만 대 넘게 팔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 이후 설 자리를 점차 잃었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이 이제는 반등할 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판매 확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중국 파트너사인 베이징차는 양 사 합작법인 베이징현대 자본금을 9억 4218만 달러(약 1조 1400억 원) 늘렸다.
현대차는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중국 전용 전기차와 함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차를 위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에서 현지 특화 모델이 호평받으면서 중국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아도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전기차 EV6를 중국 시장에 투입하며 측면 지원한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전기차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중국 내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판매량은 약 689만 대로 전 세계의 60%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테슬라는 중국 비야디(BYD)에 현지 1위 자리를 내줬으며 니오·샤오펑 등 후발 주자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달 15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40%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라설 정도로 현지 브랜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토종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현대차가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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