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최근 중동에서 1조 2000억 원을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금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투입하게 될지 금융 투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가 7일 에스엠(041510)에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을 밝히자 에스엠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강력 반발하며 터진 양측 간 경영권 분쟁에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를 통해 에스엠 지분의 공개 매수 및 합병 등을 추진할 것으로 투자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총괄 측이 카카오의 유상증자 참여를 차단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는데 이를 사법부가 수용할지 여부가 일단 주목된다.
이 총괄 측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8일 에스엠의 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에스엠은 전날 카카오를 상대로 총 123만 주(1119억 원), 전환사채 114만 주(1052억 원)를 각각 발행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카카오는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에스엠의 2대 주주(9.05%)로 올라서지만 대주주로서 지분 가치 하락과 사내 영향력 저하를 우려한 이 총괄이 법적 조치로 이를 막으려 하고 있다.
투자 업계는 에스엠의 현 경영진이 카카오와 손잡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법원이 이를 허용하면 다음 단계로 에스엠 지분 공개 매수 및 카카오엔터의 에스엠 인수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사우디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대상으로 총 1조 154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확정 지었고 이 중 5769억 원을 타 법인 지분 취득 자금으로 쓰겠다고 공시했다. 카카오 측은 이 자금을 에스엠 인수에 투입할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가 에스엠을 인수하려 한다면 궁극적으로 양사가 합병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최소 확보해야 할 지분율을 30%로 보고 있어 추가로 523만주에 대한 공개 매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에스엠 경영진은 최근 1년 넘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사모펀드 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와도 손을 잡았다. 에스엠은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회 멤버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에스엠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가 주도하면서 이 총괄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형국이다.
얼라인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에스엠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와 성장 전략을 신뢰한다”면서 “이번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기본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에스엠 경영진, 얼라인 간 3자 연합이 이 총괄을 배제하고 경영권 지분 확보와 우회 상장 등에 성공할지는 1차적으로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에 달려 있다. 법원이 이 총괄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카카오의 유상증자를 통한 에스엠 지분 확보가 물거품이 되고 공개 매수 등 추가 지분 확보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총괄 측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 등 3자 연합의 에스엠 인수가 가시화하면서 이 총괄 지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도 완전히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가 1차로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되겠지만 향후에도 이사 선임 등에 대한 주총 표 대결과 공개 매수 추진 등을 놓고 양측 간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