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금리 상승과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를 기피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둔화세도 심화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 원 감소했다. 2021년 107조 5000억 원이 늘었는데 지난해 8조 7000억 원 줄더니 한 달 만에 지난해 감소치만큼 더 줄어든 것이다.
주담대는 201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처음으로 줄었다. 이는 6000억 원 줄었는데 전세대출이 1조 8000억 원 감소하면서 주담대 감소세를 주도했다.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살이를 꺼리는 데다 전세대출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전세대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지난달보다 4대 시중은행 전세대출(변동형) 금리는 1% 가까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4~6%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거래량이 예년보다 줄어든 가운데 전세가격 자체가 떨어지면서 대출 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잔액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 금융권 신용대출은 전월보다 5조 2000억 원 줄면서 감소 폭이 더 확대되고 있다. 반면 서민들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정책모기지 관련 대출은 1조 7000억 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의 감소세가 심화하면서 정부는 올해 3월 말부터 다주택자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30%까지 허용하고 임대·매매 사업자에 대해서도 규제 지역 내 LTV는 30%까지, 비규제 지역은 6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한 완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좀처럼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현재 금리 수준이라면 규제가 확 풀린다고 하더라도 대출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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