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전에 CJ(001040)그룹을 우군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J그룹이 지분 매입에 참여할 경우 SM엔터 경영권 분쟁은 ‘카카오+CJ+SM엔터 경영진’ 대 ‘하이브+이수만’ 간 대결이 되면서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투자은행(IB)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SM엔터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에 오르려는 카카오가 하이브와 벌이고 있는 SM엔터 경영권 분쟁에 CJ를 끌어들이기 위해 의사를 타진했다. 카카오 측은 CJ와 SM엔터 지분을 최대 19.9%까지 유상증자나 공개 매수 방식으로 사들이는 한편 자신들에 우호적인 K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 보유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사들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SM엔터 인수 협의 및 전략 마련은 카카오의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부사장이 주도하면서 CJ 측 참여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블록딜과 공개 매수에 나설 경우 하이브가 제안한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을 주주들에게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M엔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이브는 10일 SM엔터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소액 주주 영향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의 ‘우군’으로 꼽히는 얼라인 측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에 대해 “회사의 미래 가치를 고려할 때 주당 12만 원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CJ 계열사인 CJ ENM(035760)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매각을 타진했던 2021년 초부터 SM엔터 인수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CJ는 SM엔터 인수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 이 전 총괄 측이 기존 역할을 유지하고 그룹 부사장 격으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CJ측은 인수 협상이 무산된 후에도 물밑에서 SM엔터 인수를 꾸준히 협의해왔다. SM엔터가 보유한 K팝 지식재산권(IP)이 CJ ENM의 음악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CJ ENM은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지만 음악 분야 지식재산이 경쟁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이 전 총괄과 SM엔터 경영진이 사실상 결별하고 하이브·카카오 등 다른 경쟁사들이 SM엔터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자 CJ그룹 역시 SM엔터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CJ가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투자 제안을 실행에 옮기면서 하이브와의 경영권 전쟁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이는 CJ ENM의 자금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지난해 말 CJ ENM의 순차입금은 2조 1200억 원으로 2021년보다 3.6배 증가했고 현금 비율 역시 63.9%에서 31.2%로 줄었다. CJ ENM이 9일 콘퍼런스콜에서 비핵심 자산 유동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데다 SM엔터 인수전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어 CJ가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할지는 CJ ENM 등 계열사가 아닌 지주사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CJ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와 SM엔터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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