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 당국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경쟁 시스템 강화의 칼을 빼 들었다. 국내 은행 총자산의 70%, 원화 예수금의 90% 이상을 5대 은행이 차지할 정도로 과점 상태가 공고해지자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은행의 ‘돈 잔치’를 비판한 데 이어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를 지적하고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비상경제민생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은행 산업의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금융과 통신은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특히 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른바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 차)’ 축소와 취약 차주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임원회의에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5대 은행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다 보니 충분하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해 금융 소비자에게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심도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경쟁은 제약 없이 언제든 진입·퇴출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은행업은 인허가 사안”이라며 “경제학적 의미의 완전경쟁이라기보다는 과점적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학계 등과 함께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TF에서는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분야별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스몰라이선스’ 도입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 챌린저 은행 확대, 은행업 인허가 심사 대상 확대 등을 논의해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최근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광폭 행보’에 대해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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