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경영권 장악을 위한 하이브(352820)와 카카오(035720) 연합 간 의결권 확보 전쟁의 막이 올랐다.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이사회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새 시대를 맞이할 ‘SM엔터호’의 주인이 가려질 수 있어서다. 주총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현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 측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의 역외 탈세 의혹 등 폭로전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이 전 총괄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16일 SM엔터에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화우는 이와 함께 SM엔터의 새 이사회 명단으로 하이브 측이 제안한 7인의 후보를 제출하는 한편 주총 목적 사항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정관 변경안 등을 냈다. 이 전 총괄 측은 주주명부가 확보되면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설득 작업에 나서는 등 다가올 주총을 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과 위임받을 의결권은 하이브가 모두 행사할 예정이다. 이 전 총괄은 이달 10일 하이브에 보유 지분 18.78% 중 14.8%를 넘기고 모든 지분의 의결권도 위임하기로 했다. 이 전 총괄 측 제안으로 SM엔터의 새 이사 후보로 추천된 7인 역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무책임자(CLO),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SM엔터의 지분은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1.1%) 등 기관투자가와 함께 나머지 70% 가까이를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하이브가 의결권 대전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주총 표 대결 결과는 예측 불허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를 중심으로 뭉쳐 있는 연합군의 대비책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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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놓칠 위기에 처한 기존 SM엔터 이사진은 카카오와 연합해 표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이사회는 이달 7일 카카오에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해 카카오가 향후 9.05%의 지분을 확보한 후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게 길을 터줬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한 ‘SM3.0’을 통해 멀티프로듀싱 체제로 회사를 개편하고 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해 매출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주주들에게 밝힌 바 있다.
다만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주식이 전혀 없어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SM3.0 계획과 카카오의 플랫폼 활용 구상이 주주들에게 얼마나 먹힐지가 의결권 위임 경쟁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현 SM엔터 이사회는 이번 주총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소액주주와 기관들의 표심을 확보해 SM엔터에 첫 외부감사 선임을 관철시킨 바 있다.
하이브 측도 이번 이사회 추천 명단에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파트너를 포함시키면서 이창환 카드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사모펀드 회사에 오랜 기간 몸담는 등 금융투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양측의 의결권 위임장 확보 전쟁은 폭로전으로 확대되며 가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9일 이 전 총괄과 SM엔터 간 2092년까지 맺어둔 수수료 수취 문건을 공개해 포문을 열었고 이날 이성수 SM엔터 공동대표가 이 전 총괄의 해외 개인회사라고 밝힌 ‘CT 플래닝 리미티드’와 관련해 추가 폭로에 나서며 하이브 측의 약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날 폭로는 ‘해외판 라이크기획’의 존재와 함께 하이브가 이를 알고도 이 전 총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지에 집중됐다. 이 전 총괄의 해외 개인회사 존재 여부를 하이브가 알았다면 그의 일탈을 방조한 것이고, 몰랐더라도 SM엔터 주주와 임직원·아티스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이날 폭로는 이 전 총괄은 물론 하이브 역시 SM엔터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주체가 될 수 없음을 기존 주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브 측도 즉각 반박 해명 자료를 내고 “해외판 라이크기획에 대해 전달받은 바 없다”면서 “만약 SM엔터와 관련돼 있다면 이를 종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이 끝나고 한쪽이 경영권을 쥐게 되더라도 향후 SM엔터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하이브가 제시한 주당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맞불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주총에서 하이브가 지더라도 추가 확보한 지분을 토대로 반격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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