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앞바다. 배 위에서 바라본 부산 북항은 아직 옛 모습을 대부분 간직한 채 거대한 규모만 뽐내고 있었다. 재개발을 목전에 둔 이곳은 조만간 상전벽해처럼 변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합심해 추진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성공하면 북항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도시 곳곳에서 느껴졌다. 엑스포와 연계해 북항을 개발하면 부산이 중국 상하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일본 오사카 등과 같은 명실상부한 대표 국제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게 엑스포 준비 실무진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 남부권 전체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허브이자 바퀴가 될 것”이라며 “북항 재개발이 완성되면 세계인들이 이탈리아 나폴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호주 시드니와 더불어 한국 부산까지 4대 미항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시장은 부산엑스포 유치 효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무엇보다 대전엑스포(1993년), 여수엑스포(2012년) 등 인정 엑스포와 달리 부산은 국내 첫 등록 엑스포가 되는 만큼 국가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등록 엑스포는 ‘세계박람회’로 표기되며 인류의 산업·과학기술 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박 시장은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 올림픽·월드컵·등록엑스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며 “등록 엑스포는 경제 효과가 올림픽·월드컵의 두세 배 정도 되고 적자를 볼 위험도 없다. 직접적인 경제 효과만 61조 원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이어 “등록 엑스포는 6개월간 열리기 때문에 약 4000만 명 정도의 유입 효과, 특히 5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예상된다”며 “각 나라마다 주간(週間)이 있어 그 기간 VIP들이 방한하는 등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산은 2021년 6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가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도 지난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034730)그룹 회장)이 부산엑스포 민간위원장을 맡고 대한상의·삼성·SK·현대차(005380)·LG(003550)·롯데 등 재계가 총력전을 펼치면서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보다 1년 앞서 홍보를 했고 왕족들이 여러 투자 약속으로 지지를 끌어냈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한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며 “새 정부 들어 대통령·국무총리·대한상의·대기업·부산시가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지금은 암묵적 지지 의사를 가진 나라 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의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부산시는 4월 2~7일 BIE 실사단의 방한이 엑스포 유치의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유치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관심이 꼭 필요한데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동민 민간유치위원회 사무국장은 “정부·경제계·지자체가 모두 합심해 촌음을 아끼며 실사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