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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의 외교무대 '돈덕전' 100년만에 다시 연다

문화재청 2018년부터 복원공사

외관 완공…5월 현판식·9월 공개

'흑백사진 토대' 재건에 논란도

고종의 외교 접견실이었던 돈덕전이 일제에 의해 헐린지 100여 년 만에 복원돼 오는 5월 현판식 이후 9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대한제국 고종(1852~1919)의 연회장이자 외교 접견실로 사용됐고, 순종(1874~1926)의 황제 즉위식이 열린 서울시 중구 덕수궁 뒤편 ‘돈덕전(惇德殿)’이 일제에 의해 철거된 지 100여 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19일 문화재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지난해 11월 복원 공사를 완공한 돈덕전이 올해 5월 현판식을 연 뒤, 9월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돈덕전은 덕수궁길을 따라 미국대사관저와 구세군 역사박물관 중간 지점 쯤인 덕수궁 석조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수년 간 이어진 복원공사의 가림막이 아직 설치돼 있지만 뾰족하게 솟은 원뿔형 첨탑을 가진 붉은 벽돌 건물은 근대적 분위기와 함께 단번에 눈길을 끈다. 청록색 창틀 앞 난간에는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오얏꽃(자두꽃) 문양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일제 때 훼손된 덕수궁 복원의 일환으로 돈덕전의 복원 조사를 시작했고 2016년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2018년 돈덕전의 설계를 시작해 유구(遺構·건물의 자취) 보존처리, 기반 조성 작업 등을 거쳐 작년 11월 공사를 완료했다. 흑백사진 등 남아있는 자료를 토대로 건물을새로 만들다시피 재현했다. 터만 남았던 근대 건축물을 이렇게 재건한 사례는 처음이다. 다만 문화재청이 2018년에 공개한 투시도의 회색 난간과 창틀이 현재는 붉은 벽돌과 대조적인 청록색으로 바뀌었다. 함석 지붕도 원안보다는 더 붉은 편이다. 정식 개방 전임에도, 흑백사진을 근거로 복원한 건물에서 근대적 운치가 급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 과정에서는 돈덕전 앞에 있던 수령 400년 안팎의 노거수인 회화나무가 3m 가량 위치를 옮기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돈덕전을 대한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재청이 2018년 공개한 돈덕전의 설계 투시도. 회색으로 계획됐던 창틀과 난간이 최종 완공 후에는 청록색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제공=문화재청


1902년을 전후로 지어진 돈덕전은 1904년 덕수궁 대화재 때도 불타지 않고 남은 몇 안되는 건물 중 하나였다. “놀랄 만한 품위와 우아함을 뽐내는 실내 장식은 파리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접견실은 황제의 색인 황금색으로 장식됐고 이에 어울리는 가구와 예술품 등은 황제의 문장인 오얏꽃으로 장식됐다”(독일인 엠마 크뢰벨의 회고록 중에서)는 외국인의 찬사가 나올 정도로 화려했다. 길이가 127척(1척(尺)은 약 30.3cm), 폭 95척 정도였고 건평이 약 350평에 달하는 큰 건물이었다. 고종은 자신의 즉위 40주년 행사를 염두에 두고 돈덕전을 기획했지만 콜레라 창궐과 영친왕의 천연두, 러일전쟁 발발 등으로 연기되던 기념식은 무산됐다. 대신 외교공관으로 활용했다. 돈덕전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본 관리들에게 장악됐고 고종 서거 이후 쇠락했다. 1930년대 이전에 헐려 아동유원지가 됐다.

돈덕전은 비운의 역사를 간직했으나 고종이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했고, 당시 최첨단의 화려한 외관으로 자부심을 드높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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