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 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비에라CC(파71). 취재진 앞에 선 맥스 호마(33·미국)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다가 “사력을 다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너무 뛰어난 골퍼예요.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어요.”
호마가 말한 ‘그’는 욘 람(29·스페인)이다. 2021년과 지난해 2승씩을 올리고 올해도 지난달 승수를 보태면서 미국 골프의 기수 역할을 하고 있는 호마는 고향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2타 차 단독 2위로 마친 뒤 “결과 자체는 실망스럽지만 람에게 졌다는 사실은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고 했다.
람이 또 우승했다. 이날 대회 4라운드에서 그는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6억 원)를 거머쥐었다. PGA 투어 통산 10승을 채운 람은 그중 3승을 43일 동안 몰아쳤다. 1월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올해만 3승이다. 5개 출전 대회에서 5전 3승. 두 아이의 아빠인 람은 2023년 상금 수입만 940만 달러(약 121억 원)에 이른다. 홀당 2만 6111달러(약 3300만 원), 샷 한 번에 6999달러(약 900만 원)를 번 것이다. 11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도 탈환(종전 세계 3위)한 람은 “티샷 불안을 최근 들어 실수가 없는 아이언 샷과 쇼트 게임으로 만회했다. 잭 니클라우스 주최 대회(2020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이어 우즈가 호스트인 대회에서도 우승하다니 영광”이라며 “이 기세를 계속 이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위 호마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한 람은 10번 홀(파4) 보기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나무 뒤에서 친 어프로치 샷이 짧았고 벙커를 넘기는 칩샷은 길어 반대편 벙커에 빠졌다. 12번 홀 보기로 단독 선두를 내주기까지 했다. 람은 그러나 14번 홀(파3)에서 클러치 퍼트를 넣고 단독 선두를 되찾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린 가장자리에서 홀까지 14m를 남기고 왼쪽으로 출발한 버디 퍼트가 홀 앞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히 휘더니 쏙 들어갔다. 158야드짜리 파3인 16번 홀에서는 한 방에 들어갈 뻔한 홀인원성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호마는 지난달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우승으로 람의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가로막았지만 이번에는 람에게 막혀 PGA 투어 7승을 미뤘다.
우즈는 버디 3개와 보기 5개로 2오버파를 쳐 김주형 등과 같은 합계 1언더파 공동 45위로 7개월 만의 복귀전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19계단을 내려갔다. 볼 스피드와 티샷 거리·정확도가 마지막 날 떨어지는 문제는 여전했다. 우즈는 그러나 교통사고 후유증이 남은 다리로 나흘을 완주했고 그중 이틀은 60대 타수를 치는 성과를 냈다.
4월 마스터스를 준비하는 우즈는 “메이저와 메이저 아닌 몇 개 대회를 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마스터스 이전에 1개 대회 정도를 더 나갈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3월 9일 개막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일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세계 1위였던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8언더파 공동 1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4언더파 공동 29위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성현이 3언더파 공동 33위로 가장 잘 쳤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은 “전 세계 최고 선수들과 열정적인 갤러리 덕분에 올해 대회도 성공적으로 마치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며 “타이거 우즈 재단과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선수·캐디·팬들을 위한 최고의 대회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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