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의 ‘이자장사’를 정면으로 비판하자 증권사들도 뒤늦게 대출 이자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최근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증가해 이자율을 낮추더라도 증권사들의 수익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KB증권은 20일 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3월 1일부터 최고금리 구간에서 연 0.3%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용융자 이자율과 주식담보대출 이자율 최고금리는 현행 연 9.8%에서 연 9.5%로 낮아진다. 주식담보대출은 3월 1일 신규 대출분부터 적용되고, 신용융자는 체결일 기준 3월 2일(결제일 기준 3월 6일) 매수분부터 변경 이자율이 적용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신용융자·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금리(CP A1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최근 투자심리가 개선돼 고객 부담을 줄이고자 이자율을 낮췄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0.4%P 인하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이달 말 관련 회의를 열어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역시 내부적으로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으로 가산금리를 추가해 산정하고 있다. 최근 CD와 CP 금리가 안정되고 있지만 이를 적기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현황을 점검했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신용융자가 늘면서 금리를 소폭 내려도 증권사들의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증시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1월 31일 16조 944억 원에서 이달 16일 기준 17조 1423억 원으로 1조 479억 원 증가했다. 업계 전체 평균 10% 금리로 월 이자 수익은 이전에 1341억 원이었는데 최근 신용융자 증가액을 적용하니 금리를 평균 0.4%P 내려도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1371억 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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