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한반도 전개에 반발해 이튿날인 2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해당 미사일에 대해 600㎜ 구경의 ‘초대형 방사포(KN-25)’라고 주장하며 적의 작전비행장을 초토화할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발사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청주 공군기지와 군산 소재 미 공군기지를 각각 가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 탑재까지 기술적으로 완성하지 못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께부터 7시 11분께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각각 340여 ㎞와 390여 ㎞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미사일 탄착 지점을 발사 원점에서 보면 340㎞에 청주 공군기지, 390㎞ 부근에 군산 미 공군기지가 위치하고 있다. 청주 기지에는 한국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전투기인 F-35A 등이 배치돼 있다. 또 군산 기지에는 우리 공군의 KF-16 외에도 F-16을 운용하는 미 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공군기지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시 미 전략폭격기인 B-1B를 호위할 F-35A 등이 출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도발은 전날 미군 B-1B와 국군의 F-35A 전투기 등이 연합비행훈련을 한 것에 대한 북측의 맞대응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2월 19일 전략폭격기와 스텔스전투기 등 10여 대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또다시 벌려 놓았다”며 도발의 책임을 한미에 돌렸다. 통신은 이어 “명령에 따라 20일 아침 600㎜ 방사포를 동원하여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와 337㎞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하여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KN-25는 유도비행 기능이 없는 일반 다연장로켓(방사포)과 달리 유도비행 기능을 갖췄고 비행 궤적도 탄도미사일과 비슷해 사실상 SRBM으로 평가받는다. KN-25의 최대 사거리는 40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이 도발 직후 신속한 보도를 통해 발사 제원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 매체는 발사 1시간 17분 만인 오전 8시 17분께 신속하게 미사일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군은 “이례적 신속 보도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통상 북한은 무력 도발 이튿날 관련 내용을 보도해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세터장은 “(보도를) 미리 준비한 듯하다”며 “선전·선동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했다는 주장에 대해 “탄두를 소형화하려면 직경과 중량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 기술을 달성했는지가 관건”이라며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나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군은 또 “18일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만으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는지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추후 더 큰 도발을 위해 최신 ICBM 화성-17형 대신 15형을 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문에서 ‘(우리 측) 정찰자산 공백기에 화성-17형을 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기만전술’로 본다”고 일축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박경은 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