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최근 10조 원 규모의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을 발표했음에도 은행들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지난달 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28일부터 최대 0.5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인하했고 올 1월에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각각 최대 1.05%포인트, 1.30%포인트 내렸다. 고금리 기조 속에 석 달 연속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로 금융 소비자의 어려움이 여전히 가중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이날 우대금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은 대출 시 코픽스 등 지표금리를 기준으로 두되 대출자의 특징에 따라 우대금리를 빼 최종금리를 책정하는데 이번 결정으로 실제 대출을 실행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거래 실적 등에 따라 깎아주는 우대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에 0.20%포인트씩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진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왔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 한도도 각 기존 2억 5000만 원, 2억 원에서 3억 원, 2억 4000만 원으로 높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NH농협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고 있다. 당장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에서는 결국 어떻게든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케이뱅크 역시 일부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앞다퉈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겨냥한 당국의 질책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국의 압박에도 대다수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되레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들을 향한 눈총이 더 따가워진 것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은행 19곳 중 15곳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보다 더 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따라 재빨리 올리고 예금 금리는 눈치를 보며 천천히 올린 것인데 쉽게 말해 ‘돈 잔치’를 벌인 것”이라며 “벌어둔 돈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뿌리는데 적어도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 개입이 과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은 나올 만하다”면서도 “은행이 공공기관도 아닌데 구체적인 금리 수준부터 성과급이나 퇴직금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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