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당국의 에너지 효율 등급 규제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연 300억 원 규모의 우리 가전제품 수출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조치로 곧바로 관련 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무역기술장벽(TBT) 신속 대응반을 꾸려 이달 우즈베키스탄 당국과 협상을 벌인 결과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기업의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연 300억 원 규모 가전제품 수출이 정상화됐다고 5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12월 수입 가전제품에 대해 에너지 효율 등급을 2단계 이상 높이는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B등급 이하인 가전제품은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기존엔 D등급 이하 제품을 제한하던 데에서 하한선을 올린 것이다. 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내수 제품에 대해선 에너지효율 E등급 이하만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사전에 우즈베키스탄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기간도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가전제품 수출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놓였다.
이 소식을 접한 국표원은 곧바로 TBT 신속 대응반을 꾸렸다. 3·1절 휴일이던 지난 1일 오전엔 우즈베키스탄 에너지부와 현지에서 만나 양자 협상에 돌입했다. 수입·내수 제품 간 규제 차별을 완화하고 관련 조치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엔 우즈베키스탄 기술규제청을 방문해 향후 유사 규제 도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우즈베키스탄 측은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듣고 규제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규제 개정까지 우리 기업 수출 제품의 통관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표원은 우즈베키스탄처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돼 있지 않고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하지 않아 개별 기업들의 자체 정보 수집이 어려운 국가들에 대해 양자 회의나 현지 간담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도·멕시코처럼 최근 기술 규제가 늘어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가 커지고 있는 국가들에 접촉면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 산업과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탄소중립 관련 TBT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도 TBT 신속대응반을 적기적소에 파견해 TBT 애로를 신속히 해결함으로써 수출플러스 전환에 지속적으로 기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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