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선행 연구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가 미국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로봇 전문가를 영입하고 연구 조직을 확대하는 등 로봇 분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래 핵심 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하고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5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리서치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출신 권정현 상무를 영입하고 자사 로봇센터의 로봇인텔리전스팀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조만간 로봇센터 내부의 조직을 세분화해 별도 팀을 구성하는 등 확대 개편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상무는 엔비디아에서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을 응용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권 상무는 앞으로 삼성리서치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인지·자율위치인식(SLAM) 등의 개발을 이끌 예정이다.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은 ‘서비스 로봇’이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각종 역할의 보조 성능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를 삼성전자에서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식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로봇 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바이오 등과 함께 3대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올 1월에는 국내 로봇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갖춘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해 인재 육성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도 최근 “올해 안에 ‘EX1’이라는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다른 전략사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인력 운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영입한 다니엘 리 글로벌AI센터 부사장이 최근 보직에서 물러났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경훈 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이 글로벌AI센터장을 겸임하게 된다. 리 교수는 AI 로보틱스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벨랩 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펜실베이니아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리 부사장과 삼성의 AI 연구 협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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