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인력 부족과 인구 감소 현상이 한국 수출 산업 기반 약화의 강력한 요인이라는 경제계 진단이 나왔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험에 비춰 출산율 제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정만기 부회장은 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인구통계 연구소와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해 EU의 인력 문제·출산율 감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협회는 정 부회장이 우리 수출 산업 기반 약화의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인력 부족과 인구 감소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담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련됐다.
EU 집행위에서 인구구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콜린 씨슬루나 수석보좌관은 “EU 차원에서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강화 측면에서 산업 인력 등 노동인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네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씨슬루나 보좌관이 소개한 EU의 주요 정책은 △여성 인력의 시장 참여를 위한 지원 정책 △기술 전수를 위한 노령 인구 활용대책 △외국인 활용을 위한 합법적 이민 유입 확대 정책 △인력 부족 대응을 위한 자동화·정보화 등 기술혁신대책 등이다.
그는 “EU 집행위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는 젊은 층의 고독 문제 해결”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EU 인구의 12%만이 사회적 고립에 빠졌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EU 인구의 20% 이상이 사회적 고립에 처하는 등 고립주의가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를 전했다.
정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노동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층의 은둔과 고립이 유럽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확대되고 있다”며 “청년 고립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공동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인구통계 연구소의 알베르트 아스테바 팔로스 인구통계학 교수는 “인구 감소로 인해 스페인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이민자 25만 명 수준이 필요하다”며 “합계 출산율 1.3명으로 유럽 최하위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체 조사 결과 여성 10%는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추세는 최초 출산 시기를 지연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으며 합계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스페인보다 훨씬 심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인구 감소 문제 해소를 위해 “젊은 층의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사 부담 완화, 보육 시설 확충, 양성 역할 재정립을 통한 출산 확대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출산을 희망하지만 건강상의 요인으로 출산하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의료 지원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