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공고를 방문해 기술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구미전자공고는 전문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주요 관계사 임직원 2000여 명을 배출해낸 학교다. 이 회장이 중등교육 기관인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미래의 기술 인재를 격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전자기기용인쇄회로기판(PCB) 설계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함께 관심 산업 분야와 삼성이 원하는 기술 인재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현장 혁신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을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후 연일 기술 격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개 석상에서 기술을 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뒤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고 이어 8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서도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부사장 시절이던 2010년 국내 공업고등학교 교장들을 수원으로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 일이 있었다”며 “매년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하고 직접 챙기는 것도 기술이 곧 삼성과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기술 강조 철학은 실제 채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채용하는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출전 기술 인재만 매년 1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삼성 소속으로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34개에 달하는 금메달을 따오기도 했다.
‘지역 경제’와 ‘상생’도 이 회장의 최근 현장 경영의 키워드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와 부산을 잇따라 찾는 등 대외에 공개된 현장 방문지 대부분을 지방으로 채울 정도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기업에 소프트웨어 인재를 공급하는 삼성 청년 SW아카데미(SSAFY)와 중소·중견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도 대부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사회 공헌 활동이다.
이 회장은 한편 구미공고 학생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구미 삼성전자 ‘스마트시티’를 방문해 생산 현장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했다. 구미 스마트시티는 갤럭시 S23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중심 기지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일명 ‘휴대폰 화형식’이 열렸던 사업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 끼인 ‘넛크래커’ 신세가 된 삼성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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