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가입 기준과 조건 등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금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5년간 최대 5000여만 원을 모을 수 있게 한다’는 기조 아래 기준금리나 같은 조건의 시중은행 적금 상품 금리보단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8일 금융위가 밝힌 ‘청년도약계좌 취급기관 모집 및 운영방향 중간발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오는 6월부터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가입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2월 ‘가입 대란’이 벌어졌던 청년희망적금과의 가장 큰 차이는 가입 심사 시 가구소득도 본다는 점이다. 개인소득만 심사에 반영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가구 소득이 높은 일명 ‘금수저’도 가입한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이 7500만 원 이하여야 하고 가구소득은 중위 180% 이하여야 가입이 가능하다. 단, 1년마다 이뤄지는 유지 심사에선 가구소득 변동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또 직전 3개년도 중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였다면 개인·가구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가입이 제한된다.
납입액에 더해 제공되는 정부 기여금은 개인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2400만 원 이하인 저소득 청년의 기여금 매칭 비율은 월 납입액의 6%로, 40만 원을 납입하면 월 2만 4000원의 기여금을 받을 수 있다. 총급여 2400만 원 초과~3600만 원 이하의 기여금 매칭비율은 4.6%, 3600만 원 초과~4800만 원 이하는 3.7%, 4800만 원 초과~6000만 원 이하는 3% 등으로 같은 금액을 납입하더라도 소득인 높으면 기여금은 줄어든다. 매월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여금 한도도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2만 4000원에서 최소 2만 1000원으로 차등 설정됐다. 총급여가 6000만 원 초과~7500만 원 이하라면 기여금은 받을 수 없고 비과세 혜택만 제공된다.
금리는 가입 후 3년간 고정금리로 운영된 뒤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변동금리는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에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가 추가되는 식으로 정해지게 된다. 금융위는 향후 상품 취급기관이 정해지면 3년을 초과해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구조의 상품도 출시할 수 있도록 협의한단 계획이다. 또, 취급기관 확정 이후 취급기관별 금리 수준은 출시 직전인 5월께 금융협회 홈페이지 등에 공시될 예정이다.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각각 나눠 공시해 청년들이 금융사별 상품 금리를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단 방침이다. 총급여가 2400만 원 이하인 저소득 청년에겐 0.5%포인트 등의 우대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청년희망적금과 동시 가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올해 한 번만 하고 안 하는 사업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되고 난 다음 다시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면 된다”며 “청년희망적금을 끝까지 들고 있다가 넘어오면 자산 형성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복지성 정책금융상품과의 동시 가입은 허용됐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엔 기본적으로 기여금 및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퇴직?폐업 등 특별중도해지 요건을 충족하면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모두 받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납입 도중 주택을 구입하게 될 경우를 감안해 ‘생애최초 주택구입’도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넣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긴급한 자금 수요가 생겨도 계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예적금담보대출 활성화 방안을 취급기관과 협의하겠다”며 “만기 이후에도 자산 형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기 후 햇살론 유스 등 정책상품 이용 시 우대금리 제공, 예·적금 납입내역 개인신용평가 가점 반영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장년·고령층에 대한 지원이 없고 청년층에만 지원이 집중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다른 어려운 분들도 많지만 최근 자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자산 형성 기회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중장년, 고령층은 세대별 특성에 적합한 금융 지원 방안을 추진해 나가면서 자산 형성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등 기존 제도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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