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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앞에 영원한 동맹 없다…美13개 공장, 부메랑 될 수도

[미국發 2차 테크빅뱅]

<1> 배터리 삼국지

<상> 밀리면 끝, 공은 울렸다-무너지는 공조

전동화 늦은 美, 韓기업과 동맹 요구

국내 3사, 4년간 북미에 60조 투자

전기차 성장에 배터리 공급망 넓혀

완성차 업계, 값싼 中 LFP에 주목

'프리미엄 시장 선도' K배터리엔 위기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SDI




미국은 K배터리의 명운을 쥐고 있는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미국 완성차 1위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고 SK온은 지난해 7월 포드와 ‘블루오벌SK’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GM과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SDI까지 포함하면 K배터리 3사가 현재 북미 지역에 완공 또는 건설할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수는 13개에 달한다.



배터리 공장 하나를 짓는 데 통상 4조~5조 원가량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K배터리사가 북미 지역에 쏟아부은 돈만 60조 원이 넘는다. 중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이 늦어진 전동화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맹’을 자처하며 K배터리사에 손을 내민 결과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K배터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능을 갖춘 K배터리와 동맹을 맺으며 ‘급한 불’을 끈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필요한 배터리 물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완성차 한 곳이 배터리 공급사 한 곳과 배타적 관계를 맺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배터리 패권도 ‘동맹’보다는 ‘이익’의 관점에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13개 공장이 부메랑이 돼 K베터리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2022년 말 75만 대에서 2025년 203만 대, 2030년에는 602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승용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에서 2030년에는 52%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보수적인 전망으로 북미 지역의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배터리 수요는 1670GWh(기가와트시)에 이른다. 지금까지 완성차 진영이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확보한 배터리 물량은 680GWh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미에서 추가 발주가 필요한 배터리 수요만 990GWh다.



K배터리가 긴장하는 이유는 부족한 공급을 채우기 위해 공급 다변화로 돌아선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종류도 다양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 확산이 필수다.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값이 싼’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이 주도하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니켈과 같은 고가의 금속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니켈·코발트·망간(NCM)에 비해 저렴하다. 삼원계 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주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온 K배터리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는 길지만 가격이 비싸다.

최근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값이 싼 반면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LFP의 기술력이 진화하며 완성차 업체들의 선호도가 LFP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한 자사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이미 사용하고 있고 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채택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특히 전동화 초기 K배터리와 동맹을 맺고 성능 좋은 제품을 공급받아왔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자사의 이익을 위해 LFP 배터리를 적용하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SK온과 동맹 관계인 포드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표 배터리 기업인 CATL과 기술 합작 방식으로 북미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IRA는 배터리 조립 요건과 광물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술 합작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합작공장의 지분은 100% 미국 자동차 업체가 갖고 LFP 배터리 기술만 중국으로부터 이전받는 포드·CATL의 합작 방식이 일반화될 경우 K배터리가 독주하고 있는 미국 시장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전기차 산업이 크려면 보급형 전기차도 생산해 팔아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LFP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 풀리는 게 IRA의 본질과도 맞다”며 “포드·CATL 합작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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