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이 소각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7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주의 적극적인 소각 등 주주환원이 이뤄질 경우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10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상장기업이 보유 중인 미소각 자사주는 총 74조 원으로 집계됐다. 총 34억 주이며 코스피,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의 3.3%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주 매입·소각이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사용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과 달리 취득은 꾸준히 진행 중인데, 대부분 소각하지 않은 채 우호지분 확보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의 올해 2월까지 보통주 대상 현금·현물 배당 결정 공시 건수는 949건에 달하는 반면 2022년 연간으로 봤을 때 자사주 소각 공시는 63건에 불과하다”며 “2018년 이후 자사주 처분 공시의 목적을 보면 타법인 주식양수대금 지급 등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먼 곳에 활용되거나 처분을 통해 다시 유통 시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한 뒤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 자율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일부 주는 자사주 매입을 소각으로 인식시키면서 상장사의 시장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자사주를 매입하고 시장에 파는 것보다 주주의 권익을 위해 소각을 하는 것이 배당성향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년에 걸쳐 자사주를 균등 소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코스피의 공정가치는 기존 2590포인트에서 3210포인트로 상향된다”며 “자기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이 모두 소각할 경우 상장주식수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EPS(주당순이익) 추정치는 5% 상향되며 지수는 상방 압력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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