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주 쇼크로 국내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대거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이자율 인하 압박에 약세를 보였던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또 코스피보다 최근 오름 폭이 컸던 코스닥은 800선을 내주며 2% 넘게 떨어졌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융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2.42%)를 비롯해 KB금융(-1.97%), 신한지주(-1.65%), 하나금융지주(-1.29%)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모두 빠졌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한 달간 11%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배당 확대 기대감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연일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것도 주가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날 밤 미국에서 SVB파이낸셜 악재까지 터져 전망도 어둡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파이낸셜의 주식 매각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확대 등이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주뿐 아니라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두 달 만에 5만 원대로 주저앉았고 SK하이닉스(-2.69%), LG화학(-0.42%), 현대차(-0.74%)도 약세였다. 경기 둔화 우려에 성장주로 분류되는 게임주인 엔씨소프트(-2.22%), 크래프톤(-2.47%)을 비롯해 소비재주인 아모레퍼시픽(-4.71%), LG생활건강(-2.43%)의 낙폭도 컸다.
최근 한 달간 급등했던 코스닥은 더 많이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5.56%)과 에코프로(-5.66%)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3.41%), 셀트리온제약(-1.2%), 알테오젠(-3.14%)도 약세였다.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돌파하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원 오른 1324.2원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종가보다 3.3원 오른 1325.5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중 한때 1329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1326.6원)을 경신했다. 미국 증시의 은행주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이날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유지를 발표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완화적 스탠스로 엔화가 크게 약세를 보였다”며 “원화가 이에 연동하면서 장중 상승 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 후반 당국의 개입 추정 매도 물량 등이 유입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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