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자금이 3개월 연속 빠져나가면서 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달러 강세 흐름이 되살아난 가운데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금융·외환시장 불안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는 “2월부터 경상수지가 개선돼 올해 연간 200억 달러 흑자가 전망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은 5억 2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2월 말 원·달러 환율(1322.6원) 기준으로 약 6878억 원 규모다. 역대 최대 순유출 금액을 기록했던 올 1월(-52억 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12월(-27억 3000만 달러)부터 시작된 순유출 흐름을 석 달째 이어갔다.
주식 자금은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7억 달러 순유입되면서 5개월 연속 순유입 흐름을 지속했다. 다만 그 규모는 1월(49억 5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 전체 증권투자 자금은 올 1~2월 합산 1억 6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로 주요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떨어지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8% 하락해 일본 엔화(-5.3%)와 영국 파운드화(-3.9%), 중국 위안화(-3.0%)보다 하락 폭이 컸다.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통화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7.7%)에 불과했다.
사상 최악의 경상수지 적자로 경고음이 커지자 정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1월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2월부터는 경상수지가 개선돼 올해 전체로 200억 달러대 흑자가 전망된다”며 “대외 건전성의 핵심 척도인 경상수지가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부처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달에 에너지 절약 방안도 발표한다. 에너지 수요가 줄어야 무역수지 개선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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