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제주특별자치도와 2공항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습니다. 환경부가 국토부의 ‘제주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공은 환경부에서 제주도로 넘어간 셈입니다. 하지만 제주도 내에서도 제주2공항 건설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됩니다.
국토부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보내고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고 8일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국토부가 제시한 기본 계획을 14일 이상 공개하고 도민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국토부는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별도의 의견 제출 기한은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본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2055년 기준으로 제주 지역의 전체 연간 항공 여객 수요 4108만 명 가운데 1992만 명(국내선 1815만 명·국제선 17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2공항을 건설하게 됩니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550만 6000㎡ 부지에 활주로 1개와 항공기 44대가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 16만 7381㎡의 여객 터미널, 6920㎡의 화물 터미널 등이 설치된다. 사업 완료(준공) 시점은 착공 후 5년으로 계획했다.
예상 총사업비는 6조 6743억 원으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국토부는 공항 건설과 운영에 제주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면서 공항 운영 수익의 일부를 제주도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1·2공항 간 역할 분담 방안은 지역 의견을 수렴해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결정할 방침입니다.
국토부는 제주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향후 환경영향평가 때 철저한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도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항 건설이 지연되거나 재검토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앞서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는 2021년 2월 제주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항건설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가 51.1%, 한국갤럽조사에서도 반대가 47.0%로 모두 찬성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주2공항 예정지 인근인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갤럽조사에서 찬성의견이 각각 65.6%, 64.9%로 반대(33%·31.4%) 의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주2공항 건설을 놓고 주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산읍이 아닌 제주도 전체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부쳐야 할 주체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원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 제주 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부처의 부정적 의견도 향후 환경영향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제주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에서 “공사·운영 중 발생하는 오염원·소음 등으로 해양 환경 및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바닷새 등 법정보호종 서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저감 대책을 수립하거나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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