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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반도체 인재 '의대 쏠림' 언제까지

진동영 산업부 차장





“길게 볼 때 반도체 회사 직원보다는 의사가 더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원에서 반도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딴 지인이 최근 고민 끝에 의학전문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업계 수위를 달리는 한 기업은 그에게 박사 학위를 받고 입사하는 조건으로 2년간 1억 원의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는 박사가 돼 기업에 취직한들 의사처럼 충분한 보상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선호도에서 밀리는 만큼 박사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허사가 됐다.

요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의 업계·학계 관계자들의 걱정은 하나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두뇌 역할을 할 박사급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대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대기업이 직원을 못 뽑겠나. 필요한 것은 박사급 인력인데 학령인구 감소에 의대로의 유출 등 문제가 만만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이들의 걱정이 하도 심각해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박사는 고사하고 석사·학사급 인재를 얻기도 어려운 것을 보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일부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 등 첨단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재 확보 문제는 차순위로 밀리는 경향마저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인재 확보다. 특히 고급 인재 확보는 첨단 산업 중심으로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한국에서는 최우선 과제다.

정부가 관련 학과에 대한 신증설 규제 해소 등 다방면의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재만으로 최첨단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배출하는 반도체 분야 석·박사 인력은 150여 명에 불과하다. 새로운 인재 확보 창구가 없다면 산업 기반이 와해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민법까지 완화해 가면서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구 감소 상황에서 개방적인 이민정책은 필수적이다. 이민정책에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유인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기업이 적절한 보상으로 인재를 유치하면 정부가 폭넓은 지원책으로 국내 정착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으로 나간 인재를 다시 끌어오고 은퇴한 고급 인력의 경험을 활용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은 세계 우수 인재가 인생을 걸어볼 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해외 인재를 흡수하려면 경쟁국보다 훨씬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좀 더 발품을 팔아 산업 현장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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