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등 중동 7개국 간 정상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영향력 강화에 시동을 건 중동 지역이 전략적 경쟁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동 지도자들에게 2023년 베이징에서 고위급 회의를 열자는 전례 없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이란 역시 며칠 후 이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GCC 6개국 간 정상회의는 올해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GCC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걸프 지역 6개 국가가 결성한 협의체다.
이는 사우디와 이란이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소식이다. 10일 양국은 외교 정상화에 뜻을 모으고 상호 대사관을 2개월 내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2016년 사우디가 자국 시아파 지도자의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 국교가 단절된 지 7년 만이다. 양국의 관계 정상화 막후에는 지난해 12월 중국·걸프협력이사회 정상회의를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던 시 주석의 중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시 주석의 시도는 그간 미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략 지역인 중동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재자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 주석은 중동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13일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후 유럽 순방에 나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비대면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보도가 현실화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회담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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