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딸기 스마트팜을 수출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오만에 이어 또 다른 중동 수출 성과다. 국내 시장과 라면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농심은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현지 농산물재배·유통 기업인 그린하우스와 3000만 달러 규모의 스마트팜 수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농심은 앞서 스마트팜 플랜트 정보기술기업인 포미트와 아그로솔루션코리아, 엠에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농심은 스마트팜 시스템 설계와 제조를 맡는다.
농심은 협약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품종 딸기를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린하우스는 사우디 전역에서 9개, 총 80㏊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농산물을 호텔, 레스토랑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 딸기는 크기와 당도, 맛이 뛰어나 중동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올해 중 리야드에 쇼케이스팜을 구축하고 딸기 시범 생산에 들어간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라야드 인근에 최소 5개의 상업용 딸기 스마트팜 건설해 월 30t 규모의 한국 딸기를 현지에서 생산해 유통할 계획이다.
농심은 1995년 강원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하며 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올 1월에는 UAE의 호텔·유통기업인 알 마리나 홀딩스와 딸기 스마트팜 설치·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농심이 스마트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이유는 라면에 집중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의 전체 매출에서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소맥분과 팜유 등 글로벌 원부자잿값이 폭등하자 높은 라면 의존도는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2분기 농심의 국내 라면부문이 1988년 이후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가격 인상이 제한적인 내수 시장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44%를 기록했다. 미국 등지에 공장을 세우며 해외 매출을 늘려가고 있지만 과반에 못 미친다. 반면 삼양식품은 70%에 육박하는 해외 비중을 앞세워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심은 이번 수출 협약을 계기로 앞으로 고부가가치 작물로 1억 달러 이상의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스마트팜 사업을 농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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