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컴퓨터그래픽장치(GPU) 등 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업그레이드 된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의 ‘AI 주도권 잡기’ 경쟁이 격화되며 AI 신규 서비스 출시 일정도 숨가쁘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종사자들은 ‘졸면 죽는다’는 각오로 AI 기술 고도화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MS는 이날 자정께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Work with AI )’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과 제라드 스파타로 MS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부문 부사장이 연사로 나서 ‘AI가 모든 사람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MS가 AI를 활용한 깜짝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MS는 한때 구글이 주도했던 AI 시장에서 ‘챗GPT’ 등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MS가 지분을 투자한 오픈A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초거대언어모델(LLM) GPT-4를 내놓으며 또다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GPT-4가 3.5 버전이 탑재된 챗GPT가 공개된 지 채 넉달이 채 지나지 않아 출시됐다는 점도 이목이 집중된 배경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AI에 입력된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강화학습’에 필요한 기간이나 컴퓨팅 분야의 기술향상 속도를 감안할 때 올 연말께에나 GPT 신버전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MS는 측은 AI 신규 모델 출시와 관련해 확실한 ‘속도전’을 벌이며 주도권을 놓지 않을 기세다. GPT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데 1년 4개월이 걸렸고 그 다음 세대가 나오는 데는 1년 5개월이 필요했다. 이번 신모델 출시에 걸린 시간은 고작 넉달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AI 고도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MS측은 GPT-4의 연산과 직접관련된 매개변수(패러미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1조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버전의 매개변수(1750억개) 대비 대폭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전 버전에서 병렬연산용으로 사용된 GPU ‘A100’ 대비 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GPU ‘H100’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만이 아니라 메타에서도 경량화 모델 전략을 들고 나오는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신기능을 붙인 새 모델을 재빨리 출시해 이용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경영 전략이 작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열풍’ 이후 AI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구글은 MS의 발빠른 AI 서비스 출시에 허둥대는 모습이다. 오픈AI가 GPT-4를 공개한 14일은 구글이 자사 대표 서비스인 ‘구글 독스’와 ‘지메일’에 생성AI 기능을 추가하고 생성 AI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도와주는 신규 개발 도구들을 공개한 날이기도 하다. 반면 구글의 해당 서비스는 GPT-4 이슈에 묻혀 언론은 물론 IT 업계 관계자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들어 AI 시장 주도권 잡기를 위한 빅테크간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지만 MS가 몇걸음 앞서가는 모양새다. 구글이 지난달 6일 AI 챗봇 ‘바드(Bard)’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자, MS는 곧바로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접목한다고 응수했다. 구글은 지난달 바드 시연회를 열었는데, 당시 바드가 오답을 내놓으며 ‘구글답지 않다’는 냉혹한 평가가 이어졌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이후 이틀 동안 시총 1720억 달러(한화 약 216조 원)가 증발하기도 했다.
빅테크들이 이같이 전력투구에 나서는 데는 AI 시장이 IT 시장은 물론 산업 전반 생태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선 검색시장에서 향후 MS의 약진이 예측된다. 현재 검색 시장은 구글 점유율이 85% 수준이지만, 챗봇형 AI 시장이 확대될 수록 해당 생태계를 선점한 MS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이익의 대부분을 검색시장에서 기록 중인 구글 입장에서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법률이나 의료, 일반 제조업 등에 AI가 활용될 경우 AI 관련 부가가치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