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진행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증시가 관망세를 보였다. 높아진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에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이 높아져 지수가 하락했지만, 오히려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바이오·IT 등 성장주가 반등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49포인트(0.69%) 내린 2379.2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82포인트(0.16%) 내린 2391.87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2405선까지 회복했던 코스피는 장 막판 낙폭이 커지면서 2380선이 무너진 채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059억 원을 팔았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2412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896억 원, 1067억 원을 사들였다.
부실 사태가 터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스위스계 은행인 UBS가 인수한다는 소식에 형성된 안도감이 장초반 증시에 유입됐으나,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갑작스레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도 압력을 높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00원대를 나타냈으나, 1310원 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통화 중 호주 달러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증시 하락 반전과 낙폭 확대 배경에는 외환·채권시장 변동성 확대가 있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중에서는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의 수혜를 받는 바이오·IT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005930)(-1.79%), LG에너지솔루션(373220)(-1.63%), SK하이닉스(000660)(-0.36%) 등이 약세였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50%), 네이버(NAVER(035420)·1.77%), 카카오(035720)(1.33%)는 강세였다.
FOMC 경계심리와 기대심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FOMC에서 비둘기파적인 결과를 기대하면서 성장주인 바이오와 IT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동시에 환율·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큰 모습을 보이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도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을 밟았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시장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 상승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상폭이 아니라 추후 금리의 경로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긴축 부작용에서 촉발된 은행권 리스크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로 인해 통화정책의 경로는 어느 방향으로 수정될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금리인상 폭만큼 더 중요한 것은 점도표의 변화”라며 “연준의 태도와 시장의 기대 사이의 괴리가 커졌는데, 이는 언제든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악재에도 굳건했던 2차전지와 바이오주의 약진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4.81포인트(0.60%) 오른 802.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4.35포인트(0.55%) 내린 793.04에 출발했지만, 이내 2차전지와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개인은 1341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81억 원, 602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2.00%), 에코프로(086520)(0.88%),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34%), HLB(028300)(2.79%) 등 2차전지·바이오 종목이 지수를 방어했다.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이 9~13% 하락했지만, 이후 반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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