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했다. 오포, 아너에 이어 화웨이까지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맞서 제품 출시를 가시화하면서, 연초 예고됐던 올해 폴더블폰 시장 경쟁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화웨이는 23일(현지시간) 새로운 폴더블폰 ‘메이트X3’를 전격 공개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화웨이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됐다가 미뤄졌던 제품 발표가 이날 이뤄진 것이다.
메이트X3는 전작(메이트Xs2)의 아웃폴딩(화면을 밖으로 접는 방식) 대신 삼성 갤럭시Z폴드4(갤폴드4)와 같은 인폴딩(화면을 안으로 접는 방식)과 역시 갤폴드4와 같은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IPX8) 등을 채택한 것으로 보아, 시장에서 갤폴드4와 직접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무게는 239g, 두께는 5.3㎜로 갤폴드4(263g, 6.3㎜)보다 가볍고 얇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7.85인치 크기의 내부 화면과 6.4인치 크기의 외부 화면,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포함한 트리플(3개의) 카메라를 갖췄다.
메이트X3는 조만간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화웨이가 이 제품을 5월 이후 글로벌 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국 외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급성장하는 자국에서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삼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추격할 여지를 가졌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 폴더블폰 시장은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2025년 500% 성장할 전망이다. 다른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삼성의 중국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해 당해 5월 기준 15%를 기록한 반면 화웨이는 52%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삼성 독주 체제인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10%대) 점유율을 가진 2위 사업자이기도 한 만큼, 이번 신제품을 통해 삼성을 얼마나 추격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최근 오포(파인드N2), 아너(매직Vs)에 이어 화웨이, 역시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보(X폴드2·X플립)까지 앞서 예고한 신제품들이 잇달아 시장에 나오면서 올해 폴더블폰 시장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오포는 자사 제품이 ‘물방울 힌지’를 도입해 삼성보다 화면 주름을 개선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중국 업체뿐 아니라 구글도 6월 첫 폴더블폰 ‘픽셀폴드’를 출시하고, 삼성은 하반기에 신제품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를 선보일 전망이다. DSCC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19종)의 2배 수준인 37종 이상의 폴더블폰이 출시될 전망이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5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잇따른 폴더블폰 도전은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경기 침체 여파로 전년(2021년) 대비 12% 감소했는데도 프리미엄폰은 1% 증가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리미엄폰 판매량의 4분의 3이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였던 만큼, 삼성은 물론 중국·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폴더블폰처럼 애플에 대항할 ‘신무기’가 특히 필요해진 것이다.
바룬 미스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올해 더 많은 업체가 프리미엄 부문에서 폴더블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드로이드는 올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도 지난달 MWC에서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을 내놓으면 시장이 커지니까 좋은 일이다”며 “당연히 애플의 폴더블 출시도 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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