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호응과 열기입니다. 경쟁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기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민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끌고 있는 박은하 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사무실 한쪽에 세워놓은 대형 화이트보드에는 하루 서너 개씩,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숨 돌릴 틈 없어 보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 위원장은 “글로벌 첨단 도시로 도약할 기회를 잡기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를 1주일여 앞둔 부산은 도시 곳곳이 엑스포 유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부산엑스포 홍보물이 설치됐고 매일같이 ‘유치 기원’ 의미를 담은 문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현장의 열기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부산역에서부터 이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합실의 대형 광고판을 비롯해 어딘가로 향하는 길목마다 다채로운 홍보물이 설치돼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역은 엑스포를 방문하기 위한 부산의 첫 관문”이라며 “기업들의 유치 홍보물·영상 상영도 부산역과 김해공항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주요 기업들도 도심 곳곳에 현수막과 홍보물을 설치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부산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 구역은 각종 공연이 열리는 오페라하우스와 공원 등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산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북항 재개발 사업은 엑스포 유치전에 힘입어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부산역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곧바로 잇는 공중 보행로도 23일 전 구간 개통하면서 시민들의 터미널 이용 편의도 개선됐다.
이곳은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공원을 시민들이 산책 코스로 이용하는 등 지역 내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이곳에서 실사단 방문 직전인 4월 2일까지 시민 참여 걷기 행사를 여는 등 관심 환기에 집중하고 있다. 서면·해운대 등 부산 주요 중심지마다 연날리기, 음악회, 그림 대회 등 민·관이 전개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실사단 방문 전후로 약 2주 동안 부산시 구·군별로 시민이 참여하는 공식 행사만 총 67개가 치러진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거나 자발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이뤄 활동하는 시민들의 규모만도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해 열의를 더한 시민들의 숫자는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엑스포에 거는 부산 시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역 내 유치전을 총괄하는 부산시청은 그야말로 ‘엑스포 유치 사령부’나 다름없었다. 가로 14m, 높이 4.2m, 173도 곡면으로 구성된 대형 파노라마 와이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총 4분 30초의 영상을 통해 1951년 세계 최초 영국 런던 엑스포부터 2030년 엑스포까지 시간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도시 곳곳에서는 매일 유치를 기원하는 각종 문화 행사와 결의 대회가 이어졌다. 이날 시청 대강당에서는 부울경 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서포터즈’가 발대식을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 연제구에서 옷 가게를 하는 김정희(65) 씨는 “경기 침체가 심각해서 상인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엑스포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대식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개최 도시 결정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적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가진 노하우와 역량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는 ‘부산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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