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년 내 매출액 3조 5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영업 사원들과 함께 뛰겠습니다. 한달에 열흘은 해외에서 뛸 겁니다. 올 연말에는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며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서정진(사진) 셀트리온(068270) 명예회장이 2년 만에 경영 현장으로 공식 복귀했다. 서 명예회장은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32기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셀트리온제약(068760)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년이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서 회장의 경영 복귀를 환영했다. 그는 “태풍이 불 땐 경력 많은 선장이 배에 올라야 한다”며 “그룹 총수로서 영업 현장에 들어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공식 복귀가 확정되기 전에도 물밑에서 지원 사격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27개의 유럽 법인을 방문하고 미국·캐나다 직판망을 점검했다. 경영 현장에 공식 복귀한 서 회장은 이날 주력 제품인 ‘램시마SC’,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 등의 점유율을 끌어 올려 실적 상승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로만 유럽 시장에서 10만 명의 환자, 올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날 경우 미국에서는 15만 명의 환자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서 회장은 “관리형 회장이 되기보단 현장에서 직접 활동할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이 더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M&A도 적극 추진한다. 셀트리온은 최근 박스터 인터내셔널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딜의 규모는 약 5조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성사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M&A다. 다만 서 회장은 상반기에는 여러 후보군들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5500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함께 주식 스왑 방식으로 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는 “현재 금융 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현금 보유량이 많은 만큼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올 연말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 3사 합병의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진행 중인 행정절차가 올 7월 끝나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이후 금융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주가 합병을 원하기 때문에 합병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매출의 상당 부분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품을 넘기면서 발생한다. 그동안 재고자산의 회계 처리 문제로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해 합병 추진이 지연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는 분식 회계 혐의에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셀트리온의 현재 주된 매출은 바이오 시밀러 제품에서 나온다. 유방암·위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허쥬마, 비호지킨 림프종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트룩시마, 전이성 직결장암·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베그젤마 등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 시밀러를 캐쉬카우 삼아 셀트리온을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향후 매출 구조를 바이오 시밀러 60%, 신약 매출을 40%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내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을 기술 도입 등의 방법으로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체 약물 접합체(ADC), 이중 항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여러 모달리티에 투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영국의 ADC 개발 플랫폼인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텍 에이비프로와는 HER2 양성 유방암 타깃의 이중항체 치료제 ABP102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인 고바이오랩(348150)과 SMARTiome(스마티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과민성대장군증후군 및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늦어도 한두 달 내에 6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에 올려 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과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주간담회를 원하면 회사에서 모실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들이 원할 경우 저녁 식사 등을 대접하며 소통하겠다”고 했다. 다만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서 회장은 “주가를 올리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실적 상승으로 주가를 견인하고 자사주 등은 M&A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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