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지하철 신논현역 5번 출구 앞, 바쁜 출근길이었지만 약 40m 폭의 건물 앞은 실내를 구경하려는 인파와 이를 막으려는 13명의 경호원으로 붐볐다. 애플의 국내 다섯 번째 애플스토어(애플의 오프라인 매장) ‘애플 강남’이 본격적인 개장 준비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애플은 최근 디지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국내 출시한 데 이어 애플스토어까지 확장하면서 국내 모바일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이달 31일 오후 5시 애플 강남의 개장을 이틀 앞둔 이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매장 프리뷰(미리보기) 행사를 가졌다. 애플스토어의 상징인 폭 36m·높이 10m 크기의 통유리 외벽 너머로 아이폰을 포함한 제품들이 진열돼 주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20명이 넘는 본사 및 애플코리아 직원들이 제품들을 시연해보며 행사와 운영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애플 강남은 삼성전자 본사인 서초사옥과 지하철 한 정거장, 도보로 14분 거리에 자리잡았다. 삼성전자의 ‘코앞’에 자사의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마련함으로써,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63%, 애플이 34%다. 실제로 이날 1시간 동안 둘러본 애플 강남은 국내 다른 지점에는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K팝 아티스트 뉴진스다. 애플 강남은 개장 직후인 다음달 1일부터 뉴진스의 음악을 공간음향으로 들을 수 있는 체험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간음향은 이용자가 실제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음원에 공간감을 부여하는 기술이라고 애플은 설명했다. 원형 테이블과 대형 모니터 각각 2대, 총 26세트의 아이폰과 에어팟맥스(무선헤드폰)로 단촐한 이 체험공간은, 매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잘 눈에 띄는 정면에 자리잡았다. 기자도 뉴진스의 음악 ‘OMG’를 공간음향으로 들어봤는데, 아이폰이 머리와 두 귀를 인식해 이용자의 위치 변화에 따라 소리 크기와 거리감이 실시간으로 바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플 강남은 이밖에도 창작자, 아이폰 입문자 등을 위해 작곡, 회화, 사진 연출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이 공간에서 운영한다.
뉴진스도 이날 애플 강남을 방문해 개장을 축하할 예정이다. 애플 관계자는 “뉴진스와의 투데이 앳 애플(체험 프로그램)은 활기찬 강남 지역의 특색을 살리려는 취지”라며 “애플 강남에서도 지역 커뮤니티에서 고객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을 테마로 한 애플뮤직(음악)과 애플TV플러스(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방문객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애플 강남 전용 제품(모피 보조배터리 벚꽃에디션)을 공개하는 등 이곳만의 고객 유인책이 마련됐다.
그외 실내 모습은 국내외 다른 애플스토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아직 새집 냄새가 가시지 않은 길다란 직사각형 테이블 10대와 그 위 아이폰·아이패드·아이맥 등의 제품들이 채우고 있었다. 애플 강남은 인력 150여명, 면적도 그에 비례해 명동·가로수길에 이은 국내 세번째 규모를 가졌다. 공실률이 0%에 가까운 이 지역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애플은 강남에 이어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가 있는 서울 홍대, 부산에서도 애플스토어 개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최근 애플페이를 국내에 출시했고 이날 미국에서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불 기능을 추가하는 등 국내외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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