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주식의 변동성도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자동차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보조금 수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실질적인 혜택 여부에 따라 종목 간 편차가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31일 금융투자 업계는 미국의 IRA 세부 지침 발표 이후 2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케미칼(003670),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SK온 등과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의 주가가 대체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급등세를 보인 2차전지 종목들이 적어도 급락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한국 업체들이 현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 보조금 지급받을 가능성이 생긴 만큼 큰 불확실성 요소 하나가 제거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IRA 세부지침 발표 직전인 이날에만 2만 8500원(8.39%) 오른 36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3월 25일(10.65%)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인수한 뒤 지난해 3월부터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양극재 제조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 역시 같은 날 1만 1000원(4.21%) 오른 27만 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52주 신고가를 나란히 갈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하이드로리튬(101670)(15.06%), 엘앤에프(066970)(5.91%), 어반리튬(073570)(5.21%) 등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모두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IRA 세부 지침이 각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끌어낼지 여부는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기대감이 단기간에 부풀어오른 만큼 기업의 대응 역량에 따라 수혜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 간 희비가 갈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수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현대차, 기아, 포스코홀딩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단기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세부 지침 발표에 앞서 IRA 조건 안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리스 차량 판매 비중를 현 5% 미만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시점도 당초 목표인 2025년보다 더 앞당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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