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600억 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고 각종 할인행사나 지역축제 등을 통해 내외국인의 관광을 촉진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휴가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소득공제율도 높이는 방안 등이 담겼으나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의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해외여행객들이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29일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100만 명을 대상으로 숙박 예약 시 3만 원을 할인해주기로 하면서 이번 대책의 절반인 30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나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 명에게는 국내 여행비 1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도 재정이 최대 200억 원 투입됩니다.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도 담겼습니다. 2020년 9월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강화되면서 중단됐던 무비자 환승 입국을 복원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34개국 입국비자 소지자가 한국에서 환승하면 지역 제한 없이 최대 30일까지 체류 가능합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도 국내 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제주공항으로 환승하면 최대 5일까지 각 공항 권역이나 수도권 체류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지원 규모가 미미해 국내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책을 내놓다 보니 지원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작지만 그만큼 실제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으로 쏠리는 여행객들을 국내로 잡아둘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자마자 여행수지가 급격히 나빠질 만큼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출국자 수는 178만 2000명으로 2019년 월평균 출국자 수(239만 3000명)의 70% 이상 회복됐습니다.
결국 여행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 4억 7000만 달러에서 11월 7억 7000만 달러로 늘더니 12월(-11억 4000만 달러)과 올해 1월(-14억 9000만 달러)로 적자 폭이 크게 늘었습니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워 적자 위험이 커진 경상수지는 1월 -45억 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이 걸림돌입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2018년(5점 만점에 4.10점), 2019년(4.09점)에서 2020년 3.96점, 2021년 3.88점 등으로 하락 추세입니다. 그런 데도 관광객 수 증가했는데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국내 여행을 가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만큼 기회만 되면 해외여행을 가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여행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는 바가지요금입니다. 최근에도 국내 대표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불거지는 등 국내 관광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진해군항제 주관기관이 자격 미달인 곳을 강제 퇴출하겠다고 나섰으나 여론은 싸늘합니다. 과거 조사를 보면 국내 여행은 볼거리나 즐길거리 등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주요 관광지마다 서비스업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숙박객 수는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대비 14.2%나 급감한 상태입니다. 제주도 역시 내국인 개별 관광객 수는 98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 명 감소했습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을 증편하는 대신 제주행 운항 편수는 10% 줄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관광산업 내 부가가치 유발액이 4조 6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내국인 국내 관광의 부가가치 유발액이 2조 8800억 원, 외국인 방한 관광객이 1조 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봤는데요. 다만 이같은 효과를 높이려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국의 코로나 방역 상황이 개선되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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