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상장 이후 22년 넘게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해 온 상장지수펀드(ETF) ‘KODEX 200’이 사상 처음으로 ‘TIGER 미국S&P500’에 주식형 ETF 순자산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상품 간 순위 역전은 단순히 자산운용사 간 선두 경쟁을 넘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선호가 완전히 해외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코스콤에 따르면 13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순자산은 5조 4584억 원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순자산 5조 3587억 원을 제치고 국내 상장된 주식형 ETF 중 1위 자리에 올랐다.
두 상품은 기관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등 금리형 ETF 제외하면 순자산이 가장 많다.
국내 최초 ETF인 ‘KODEX 200’은 2002년 10월 상장된 이후 22년 동안 줄곧 1위 자리를 지킨 상징적인 상품이다. 삼성전자 등 우량주 200개를 편입한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KODEX 200 순자산 규모는 6조 5612억 원으로 TIGER 미국S&P500 순자산 2조 1684억 원 대비 세 배나 많았다.
그러나 올들어 KODEX 200 순자산이 1조 2025억 원 감소하는 동안 TIGER 미국S&P500이 3조 2900억 원이나 급증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이달 6일 미국 대선 결과가 드러난 이후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아 TIGER 미국S&P500에 5000억 원이 쏠리고, KODEX 200은 4000억 원이 빠지면서 결국 순위가 뒤바뀌었다.
사상 최초로 순위가 역전된 것은 올해 들어 한미 증시 간 수익률 격차가 두드러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미국 투자를 대거 늘렸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해 말 4769.83에서 이달 13일 5985.38로 25.48%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는 357.99에서 381.84로 오히려 10.94% 하락했다. 올해 TIGER 미국S&P500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조 4140억 원으로 KODEX 200(1415억 원) 대비 10배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저렴한 한국증시’보다 ‘비싼 미국증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는 견고한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 등을 바탕으로 금리 인하와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기업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저성장 가능성도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한미 증시 디커플링이 나타날수록 해외주식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최근 2년 간 크게 올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하지만 아직 미국 이외 지역을 추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코스피은 글로벌 경기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내년 말에나 박스권 상단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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