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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식품유통 촉진실’을 만든 이유[똑똑!스마슈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인 제공자'로

18년 '부흥 책임' 10여명 규모 시작

농축수산물 판로확대 행사·이미지 ↑

5년간 제휴기업50개사·전략적 홍보

오염수 방류 앞두고 행사 등 더 박차

韓 정치 공방뿐 사실상 손 놓아 대조

수산업계·자영업자 "매출걱정" 동동

일본 도쿄전력이 개최한 후쿠시마현산(産) 식품 판매 행사에서 도쿄전력 직원들이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사진=도쿄전력 홈페이지




후쿠시마 식품 1등 판촉사원은 도쿄전력?


에너지 회사인 일본 도쿄전력 홀딩스에는 회사의 정체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서가 하나 있다. 그 주인공은 식품 유통 촉진실. 2018년 2월 생긴 이 부서의 미션은 하나다. 일본의 ‘한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수산물과 이를 원료로 한 식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짐작했을 이 ‘한 지역’은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다. 사고 직후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방사능 오염 우려에 후쿠시마산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며 제한 조치에 들어갔고, 일본 내에서도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전 관리자로서) 사고 발생의 원인 제공자이자 현재 사태 수습 책임자인 도쿄전력은 유통 촉진실을 만들어 음식점, 대형 슈퍼 등 소매 체인에서 후쿠시마산 식품의 유통 및 판로를 확대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 당시 원전 관리를 하던 도쿄전력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사죄하고 있다./AP=연합뉴스


5년간 2만7000일 판촉행사 ‘전략적 부흥 사업'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처음 10여 명으로 출발한 도쿄전력 유통 촉진실 인원은 현재 40명 이상으로 늘었다. 부서의 의지를 담은 ‘표어’는 ‘선반을 되찾아라.’ 국내외 기피로 타 지역 상품에 빼앗긴(?) 매대에 다시 후쿠시마산 식품을 채워 넣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후쿠시마산 식품을 알리는 이벤트나 특설 매장을 열어 왔다. 수산물부터 육류, 쌀, 채소, 가공식품, 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한데 모아 ‘페어’ 성격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도 정례화했다.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고급 슈퍼마켓 체인 ‘퀸즈 이세탄’과 15회에 걸쳐 열어 온 ‘발견!후쿠시마’ 페어가 대표적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통 촉진실과 후쿠시마산 식품 활성화를 위해 제휴를 맺은 기업이 약 50개사에 이르며, 올 2월 기준 이벤트 개최 일수만 2만 6990일에 달한다.

도쿄전력 식품유통촉진실이 코로나 기간에도 진행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축제 행사(왼쪽) 현장과 고급 슈퍼마켓 체인 ‘퀸즈 이세탄’과 15회 이상 진행해 오고 있는 ‘발견!후쿠시마’ 페어 전단/사진=도쿄전력·퀸즈 이세탄 홈페이지


‘안전’ 내세우면 더 기피, 치밀한 호소


에너지 회사에서 유통 촉진이라는 업무는 ‘전공 무관’ 사업이라는 점에서 실무자들에겐 부담 이상의 미션이었지만, 전기 판매처로부터 ‘유통의 ABC’를 배워가며 전략을 세웠다고.



‘대책 없는(?) 대책’이라고 깎아내리기엔 ‘유통 비전문가들의 전략’이 상당히 그럴듯하다. 유통 촉진실 부장이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밝힌 접근 방식은 ‘방사성 물질 불검출을 호소하지 않는다’였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로 자국에서도 기피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불검출’ 검사 결과를 소개하며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긴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촉진실은 ‘안전에 신경을 쓰되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품질·생산자의 생각을 앞세워 ‘후쿠시마산을 기피하지 않는 소비자가 진성 팬이 되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나섰다. 도쿄전력은 올 2월까지 10조 5916억 엔의 배상금과 별개로 이 같은 유통 촉진 활동을 펼쳐 왔는데, 촉진실의 종료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위: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 지난 3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 외교 규탄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손놓은 韓, 정상회담후 정치권 공방만


사고 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내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갈린다. ‘(먹어도) 상관없다’는 사람, ‘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농산물은 괜찮은데 수산물은 싫다’처럼 특정 품목에 대한 입장 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이 자국 내 인식 전환 및 소비 촉진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수년에 걸쳐 소매 채널에서의 판촉 및 소문(평가)을 치밀하게 관리해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갈등만 키워가는 한국에는 더더욱 말이다. 정치권이 한일정상회담 당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와 관련해 오갔다는 대통령 발언 진위를 둘러싸고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횟집이나 수산물 장사에 타격이 있을지’ 묻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수산물 안 먹을까" 소비자 불안에
"장사 타격 오려나” 자영업자 답답


실제로 2011년 사고 직후는 물론 2013년 원전 오염수가 일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산물은 물론, 관련 가공 식품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일부 유통 채널들이 검수 시스템 강화 등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지만, 정부 차원의 이렇다 할 대응 방향이나 가이드 라인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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