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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ELS…발행액 석달만에 2.3조 급증

올 1분기 53% 늘어난 6조 7500억

"증시 폭락 가능성 낮다" 베팅 폭증

개선된 조기 상환 여건도 큰 영향

"종목형보단 지수형이 안전" 평가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급감했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이 올 1분기 들어 전 분기보다 2조 35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나지 않는 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의 특성상 당분간 증시가 폭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 업계는 2분기에도 ELS 조기 상환이 원활해지면서 발행 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원화·외화 발행 금액은 6조 75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의 4조 4000억 원보다 2조 3500억 원(53.4%) 늘었다. 특히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2조 3900억 원, 2조 7009억 원 규모의 ELS가 발행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ELS 월별 발행 금액이 2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특정 종목의 주가 등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녹인(원금 손실) 구간은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된다. ELS 발행 시장 확대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상 우려의 와중에도 주가나 지수가 원금 손실 지점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LS 발행 금액이 급증한 것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가 최근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조기 상환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ELS 조기 상환 금액은 8조 7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의 6조 1400억 원 대비 31.5% 증가했다. 3월 ELS 조기 상환 금액은 4조 1344억 원을 기록해 2월(2조 2565억 원)보다도 2배가량 더 늘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2300포인트를 웃돌면서 조기 상환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라며 “특히 올 3월 1차 조기 상환 대상 물량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기준 가격 자체가 낮았던 지난해 9월에 발행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40~3.53% 수준으로 하락한 점도 ELS 발행 시장의 호재로 꼽혔다. 10%대에 이르는 ELS 상품의 쿠폰금리(예상 수익률)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한국투자증권의 ‘TRUE ELS 15873회(만기 3년)’는 연 11.01%의 쿠폰금리로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홍콩H지수·유로스톡스50지수·코스피200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미래에셋증권의 제33587회 ELS(만기 3년)는 쿠폰금리를 10%로 제시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상품들의 원금 손실 위험성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데다 예금금리도 많이 떨어져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ELS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한동안 횡보하면서 2분기 이후에도 ELS 발행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2분기 시장 여건은 1분기보다 더 좋다”며 “코스피가 2분기 중 235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지난해 4분기에 발행한 ELS도 대부분 조기 상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ELS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중·고위험 상품인 점을 감안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지점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상업용 부동산 침체 우려 등 시장 변수가 있음에도 금융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ELS는 발행사가 제시한 상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기초자산이 개별 주식인 종목형 상품보다 주가지수인 지수형 ELS가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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