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직면한 KH그룹의 계열사 5곳이 6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돼 무더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거래가 정지된 KH그룹 상장사 5곳의 소액주주가 18만 명 안팎에 달하고 최근 단기 급등을 노린 투기 세력도 적지 않아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
거래소는 이날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IHQ(003560)가 2022년 사업연도 감사 의견을 ‘의견 거절’로 공시하자 주식의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주식 거래는 이날부터 정지됐으며 26일까지 IHQ 측의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IHQ의 최대주주는 KH미디어 등 계열사를 통해 총 30.02%의 지분을 보유한 KH그룹이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규정 48조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감사 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 거절’인 경우 거래소가 해당 보통 주권을 상장폐지한다. 다만 정리매매 시작 전에 감사인이 해당 사유가 해소됐음을 증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 등에는 상장폐지가 유예될 수 있다.
KH그룹 내 또 다른 상장사인 KH필룩스와 KH건설·KH전자·장원테크(174880) 역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거래소는 이날 4개 회사에 감사 의견 비적정설에 따른 조회 공시를 요구한 후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들 4개사 역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 의견이 부적정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자 거래소가 조치를 취한 것인데 실제 KH건설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고, KH필룩스와 전자, 장원테크는 7일 답변할 예정이다.
KH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실적이 급락한 데다 금리 상승에 이자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 IHQ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배나 증가했다. 여기에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 쌍방울 측의 자금 지원, 배상윤 회장과 임원 등의 배임 혐의까지 불거져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KH그룹이 통째로 흔들리며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KH그룹 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5일 기준 총 22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 급감과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여파다. 5개사 모두 주가는 5일 1000원 밑에서 마감해 동전주로 전락했다. 최근 KH 계열사 관련 단기 급등을 노린 투기 세력까지 뛰어들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H 계열 5개 상장사의 소액주주 수는 1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KH그룹이 알펜시아리조트를 7308억 원에 인수할 당시 32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던 메리츠증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담보대출로 1200억 원, 4개 상장사(IHQ·KH필룩스·KH건설·KH전자)의 전환사채(CB) 인수로 1000억 원을 KH 그룹에 3년 만기로 투자한 바 있다.
메리츠 측은 최근 KH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 폭이 커져 주식 전환을 통한 자금 회수를 전혀 시도하지 못했다. 다만 메리츠가 알펜시아리조트를 비롯해 KH 본사 사옥, 강남 고급 빌라, 펀드 수익증권 등 총 1조 원가량의 담보물을 설정해놓고 있어 이를 통한 채권 회수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에 의해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하고 담보물을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KH 투자액 대비 3배에 달하는 담보물이 있는 만큼 채권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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