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이달 16일 첫 해외 출장으로 미국과 스웨덴을 방문한다. 미국 현지 글로벌 운용사를 만나 대체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전주에 사무소 유치를 추진한다. 스웨덴에서는 스웨덴 공적연금(AP)과 연금 개혁의 시사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이달 16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과 스웨덴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 출장은 김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첫 해외 출장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뉴욕 사무소를 방문하고 국민연금이 뉴욕에 투자한 원밴더빌트와 원메디슨에비뉴 빌딩 등을 둘러보며 해외 상업용 오피스 시장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2017년 6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 부동산 운용사인 하인스와 원밴더빌트 재개발 프로젝트 지분 29%를 매입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개발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이후 2019년 미국 부동산이 위축되자 800억 원 규모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또 2020년 하인스와 미국의 부동산개발사 SL그린이 보유한 원 메디슨 에비뉴 빌딩 재개발 프로젝트 지분 49.5%를 6000억 원에 사들였다. 2010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소니센터 재개발 사업에 7700억 원을 투입해 투자 7년 만에 원금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의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글로벌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투자 규모는 46조 4000억 원으로 해외 투자 비중은 83.3%에 달한다. 이 중 미주 지역 투자 비중은 41% 이상이다.
김 이사장은 또 뉴욕에서 국민연금이 출자한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과 만나 해외 대체투자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협력 강화를 당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BC파트너스 지분을 일부 인수했고, 칼라일 등 주요 글로벌 대형 운용사를 포함해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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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2조 3881억 원)과 블랙스톤(2조 10억 원), 영국계 BC파트너스(1조 4966억 원) 등에 투자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뉴욕사무소 소속 일부 운용역을 파트너 운용사에 파견해 투자 첫 단계부터 최종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 노하우를 익히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현지에서 만나는 글로벌 운용사 관계자에게 국민연금 본사와 소통을 위한 사무소 개설 필요성을 재차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미 올해 6월 중 자산운용 규모가 1조 4000억 달러(약 1852조 원)에 달하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이 전주에 사무소를 연다.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을 보관하면서 24시간 자금 결제 지원 업무를 맡은 뉴욕멜런은행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등 수탁은행 2곳도 전주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 이어 스웨덴판 국민연금인 AP를 방문한다.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을 놓고 성공 사례인 스웨덴식 해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에 대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개혁안 도출을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소득 보장, 세대 간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젊은 세대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1998년 연금제도를 명목 확정기여형으로 전면 개편하면서 연금 개혁의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스웨덴의 국민연금은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으로 가입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예상 수명이 늘어날 경우 균형을 위해 일시적으로 연금 지급을 축소하는 자동 재정 균형 조정 장치 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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